쉬운 복소수 (1) 허수 i, 없는 수를 만든 사건

시리즈 쉬운 복소수 1 / 3
  1. 1쉬운 복소수 (1) 허수 i, 없는 수를 만든 사건
  2. 2쉬운 복소수 (2) 복소평면, 수를 평면에 놓다
  3. 3쉬운 복소수 (3) i를 곱하면 90도 돈다
쉬운 복소수 (1) 허수 i, 없는 수를 만든 사건

제곱해서 −1이 되는 수? 그런 거 없다고 배웠지. 실제로 우리가 아는 수 중엔 없어. 그 말, 틀린 거 아니야. 근데 사람들이 결국 그런 수를 하나 만들어버렸어. 없으면 규칙을 정해서 새로 만든 거지. 그게 오늘 얘기할 허수 i야.

황당하지? 없다던 걸 만들었다니. 근데 겁먹진 마. 이게 왜 필요했는지 그 사연은 쏙 빼놓고 i² = −1부터 외우라고 들이미니까 황당한 거야. 순서가 잘못됐던 거지. 그러니 사연부터 차근차근 밟자. 외울 건 없고, 붙잡을 문장은 이거 하나면 된다.

i는 제곱하면 −1이 되는, 우리가 새로 정한 수다. i² = −1.

이게 전부다. 오늘은 이거 하나만 손에 쥐면 된다. 왜 이런 걸 새로 만들었는지, 그게 어떻게 말이 되는지만 천천히 같이 밟아보자.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는 없다더니

먼저 학교에서 배운 것부터. 어떤 수든 제곱하면 0이거나 양수야. 양수를 제곱해도 양수(2 곱하기 2는 4), 음수를 제곱해도 양수(−2 곱하기 −2도 4), 0은 0. 그러니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는? 없어. 맞아, 우리가 아는 수 중엔 없다. 이거 틀린 말 아니야. 그래서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식을 보면 다들 답 없음, 하고 덮었지. 수백 년 동안 사람들도 딱 그랬어. 그림으로 보면 이렇다. 실수는 이 수직선을 빈틈없이 채우지만, 제곱해서 −1이 되는 수의 자리는 그 줄 위 어디에도 없어서 선 밖 위에 놓인다.

−3−2−10123i실수는 이 줄을 빈틈없이 다 채운다이 줄엔 자리가 없다
실수는 이 수직선을 빈틈없이 다 채운다. 그런데 제곱해서 −1이 되는 수 i는 이 줄 위 어디에도 자리가 없어서, 선을 벗어나 위에 놓인다.

그런데 약 500년 전, 이탈리아 수학자들이 덮어둘 수 없는 데서 딱 마주쳤어. 그게 어디였냐면, 2차방정식이 아니라 3차방정식이야. 세제곱이 들어간 식 말이야.

동생: “그냥 답 없다 하고 넘기면 되잖아. 왜 굳이?”

누나: “그게, 넘길 수가 없었어. 답이 멀쩡한 진짜 수인데, 그 답을 구하는 길 한복판에서 제곱해서 음수 되는 수를 반드시 밟고 지나가야 했거든.”

답으로 가는 길목에 그 수가 있었다

이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야. 천천히 가자. 그 무렵 수학자들은 3차방정식을 푸는 공식을 하나 알아냈어. 세제곱이 들어간 식도 이 공식에 넣고 돌리면 답이 나오는, 꽤 대단한 거였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 분명히 답이 3, 이런 멀쩡한 정수인 식을 공식에 넣었는데, 계산 중간에 제곱해서 −1이 되는 수, 곧 없다던 그 수가 툭 튀어나온 거야.

없는 수라며. 그럼 계산을 멈춰야 하나? 그런데 그 없는 수를 없다고 버리지 않고, 일단 있는 셈 치고 계산을 끝까지 밀고 가 봤더니, 중간에 껄끄럽던 그 수들이 서로 상쇄돼 사라지고, 마지막엔 3 같은 진짜 답이 딱 나오더라는 거야. 이게 얼마나 희한한 상황인지 느껴져? 없다고 하면 답을 못 구하고, 있다고 치면 멀쩡한 답이 나와. 여기서 사람들이 오래 고민했다. 이걸 대체 뭐라고 봐야 하나.

약 500년 전 카르다노라는 수학자가 이런 수를 진지하게 글에 적은 사람으로 자주 꼽혀. 10을 두 조각으로 나누는데 두 조각을 곱하면 40이 되게 하라, 이런 문제를 풀다가 5 더하기 루트 마이너스 15, 5 빼기 루트 마이너스 15 같은 답에 닿았지. 근데 카르다노 본인도 이걸 영 못 미더워했어. 쓸모없고 머리만 아픈 셈이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적어뒀거든. 그러다 조금 뒤 봄벨리라는 수학자가, 이 수들도 더하고 곱하는 규칙을 딱 정해놓고 얌전히 계산하면 아무 모순 없이 잘 굴러가고, 심지어 3차방정식의 진짜 답까지 정확히 내놓는다는 걸 차근차근 보여줬어. 없다고 밀어내지 말고, 규칙을 정해서 하나의 수로 대접하자. 이 태도가 시작이었다.

없으면? 하나 만들면 되지

자, 그래서 발상을 이렇게 뒤집는 거야. 제곱해서 −1이 되는 수가 기존 수 중엔 없다? 그럼 없다고 울지 말고, 하나 새로 만들어서 이름 붙이면 되잖아. 그 새 수한테 붙인 이름이 i야. 딱 하나만 약속하고 출발해. i를 제곱하면 −1이다. i² = −1. 이 약속 하나가 i의 전부다.

여기서 많이들 이래도 되는 거야? 하고 걸려. 그냥 없는 걸 있다고 우기는 거 아니냐고. 아니야. 잘 봐. 수학에서 새 수를 들이는 건 늘 이런 식이었어. 음수를 떠올려 봐. 옛날 사람들한테 사과 −3개, 이런 말은 헛소리였어. 3보다 작은 건 0까지고 그 아래는 없다고 봤으니까. 근데 빚이 3만 원이야, 영하 3도야, 이런 걸 다루려니 0보다 작은 수가 필요했고, 규칙(부호 붙이는 법, 더하고 곱하는 법)을 정해서 하나 만들어 썼더니 아무 문제 없이 잘 굴러갔지. 지금은 아무도 음수를 가짜라고 안 하잖아. 아래 그림을 봐. 오른쪽 0, 1, 2 …만 수이던 시절, 그 줄을 0 왼쪽으로 늘여 규칙을 정해 음수를 새로 놓은 것이다.

0123원래 쓰던 수−1−2−30 왼쪽으로 새로 만든 자리
옛날엔 0, 1, 2 …만 수였고 0 아래엔 아무것도 없다고 봤다. 0 왼쪽으로 수직선을 늘여 규칙을 정해 놓은 게 음수(−1, −2 …)다. i도 이렇게 없던 자리를 새로 만든 것이다.

i도 똑같아.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대로 계산했을 때 모순이 안 생기면, 그건 어엿한 수야. 그게 수학이 수를 대하는 방식이야. 있다 없다를 눈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 모순 없이 다룰 수 있으면 수로 인정하는 거지. 그러니 i를 만든 건 우기는 게 아니라, 음수를 만들던 그 방식 그대로 한 걸음 더 간 것뿐이다. 외우지 마, 없으면 만든다, 대신 규칙은 지킨다. 이 태도만 남기면 돼.

한번 계산도 해보자. i² = −1이라는 약속 하나만 있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 나와. i를 세 번 곱하면? i³ = i² 곱하기 i = −1 곱하기 i = −i야. 네 번 곱하면? i⁴ = i² 곱하기 i² = (−1) 곱하기 (−1) = 1, 다시 1로 돌아왔어. 봐, 약속 하나로 이렇게 술술 풀리지? 이 네 번 곱하면 제자리, 이게 나중에 아주 예쁜 그림이 되는데 그건 3편 몫으로 남겨둘게.

이름 풀이: 허수, 실수, 그리고 상상의 수

이제 이름을 풀자. 이름만 알아도 절반은 친해진다. 허수(虛數)의 허(虛)는 빌 허, 헛될 허야. 곧 비어 있는 수, 헛것 같은 수라는 뜻이지. 왜 이렇게 서운한 이름이 붙었냐면, 이 수를 처음 만난 사람들 눈엔 정말 없는 것, 실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야.

서양 이름은 더 노골적이야. 영어로 허수를 imaginary number, 곧 상상의 수라고 불러. 약 400년 전 데카르트라는 수학자가 이 말을 붙였는데, 칭찬이 아니라 상상 속에나 있는 가짜 수라는 폄하에 가까웠어. 실제로 있는 게 아니라 머릿속으로 지어낸 것뿐이다, 이런 뉘앙스였지. i라는 기호 자체도 이 상상의 수의 첫 글자에서 따온 거고, 훗날 오일러라는 수학자가 이 기호를 정해 널리 퍼뜨렸어. 그러니 네가 허수라는 말에 이건 진짜 수가 아닌가 봐 하고 주춤했다면, 그건 이름을 붙인 사람부터가 그렇게 얕봤기 때문이야. 네 감각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짝이 되는 이름도 보자. 우리가 원래 쓰던 보통 수들, 그러니까 수직선 위에 다 놓이는 수들은 실수(實數)라고 불러. 실(實)은 열매 실, 참 실이야. 알맹이가 꽉 찬 참된 수라는 뜻이지. 허수라는 상대가 생기고 나서야, 원래 있던 수들한테 참되다는 뜻의 실수라는 이름이 새로 붙은 거야. 텅 빈 허수와 꽉 찬 실수, 이렇게 짝을 이룬다. 참고로 이런 한자어들은 근대에 서양 수학이 일본을 거쳐 들어오면서 옮긴 번역어야. 이름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네 탓이 아니라 번역을 거친 말이라 그래.

이제 그림으로 정리하자. 실수는 수직선 위에 하나도 빠짐없이 다 놓여. 0을 가운데 두고 오른쪽으로 1, 2, 왼쪽으로 −1, −2. 그런데 i는? 이 선 위 어디에도 없어.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는 이 직선 위엔 없으니까. 그래서 i는 선을 벗어나 위로 툭 튀어나온다.

−2−1012i실수는 이 수직선 위에 다 있다선 위엔 없어서 위로
실수는 수직선 위에 다 놓이지만, 제곱해서 −1이 되는 i는 그 선 위 어디에도 없어서 선 밖 위로 튀어나온다.

예시 문제

약속 하나 익혔으니 직접 굴려보자. i² = −1, 이거 하나면 i를 몇 번 곱하든 다 나와. 겁먹지 말고 두 개만 풀어보자.

문제 1. i를 일곱 번 곱하면, 곧 i⁷은 얼마일까?

본문에서 i³, i⁴까지 해봤지? 그 방식 그대로야. 직접 해보고 내려와. 풀이 간다.

풀이. 통째로 일곱 번 곱하지 말고, 아는 조각으로 쪼개자. i⁷은 i⁴ 곱하기 i³이야. i⁴은 아까 봤듯이 1이었지. i³은 −i였고. 그러니 i⁷ = 1 곱하기 (−i) = −i야. 한 번 더 다르게 봐도 돼. i는 네 번 곱하면 제자리(i⁴ = 1)로 오니까, 곱셈이 네 개마다 똑같이 반복돼. i, −1, −i, 1, 그리고 다시 i, −1, −i… 이렇게. 그러니 앞에서부터 세면 i(1번), −1(2번), −i(3번), 1(4번), i(5번), −1(6번), −i(7번). 일곱 번째가 −i지? 두 길로 왔는데 답이 같아. i⁷ = −i다. 봐, 약속 하나로 일곱 제곱도 손으로 나오잖아.

문제 2. 그럼 i를 2026번 곱하면? i²⁰²⁶ 말이야. 설마 2026번을 다 곱할 거야? 그건 아니지.

방금 발견한 반복, 그거 쓰면 돼. 풀이 간다.

풀이. 핵심은 i가 네 번마다 제자리로 온다는 거야. i, −1, −i, 1이 계속 되풀이되지. 그러니 2026번 중에 네 번씩 짝지어 덜어내면, 그 짝들은 전부 1이 돼서(i⁴ = 1) 사라져. 남는 건 나머지 몇 번뿐이야. 2026을 4로 나눠보자. 2026 나누기 4는 506이고 나머지가 2야. 4 곱하기 506은 2024, 거기서 2 남지. 그러니까 네 번씩 506묶음은 다 1로 사라지고, 남은 건 딱 2번 곱한 것, 곧 i²이야. i²은 −1이지. 그러니 i²⁰²⁶ = −1이다. 봐, 2026번을 다 안 곱해도 나머지만 보면 바로 나와. 이게 네 번이면 제자리라는 성질의 힘이야.

정리

오늘 딱 하나만. i는 제곱하면 −1이 되는, 우리가 새로 정한 수다. i² = −1. 제곱해서 음수 되는 수는 없다고 배웠지만, 3차방정식의 진짜 답으로 가는 길목에서 그 수를 반드시 밟아야 했고, 그래서 없다고 버리는 대신 규칙을 정해 하나 만들어 버린 거야. 음수를 만들어 쓰던 그 방식 그대로. 봐, 별거 아니지? 헛것이니 상상이니 하는 이름에 겁먹었던 게 좀 억울할 정도잖아. 그런데 방금 i가 수직선 밖 위로 튀어나갔지. 그 위라는 방향, 그게 그냥 빈말이 아니야. 실수는 선 위에, i는 그 위에. 그럼 수를 아예 평면에 펼쳐놓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다음 편에서 복소평면으로 그 평면을 그려보자. 여기까지 왔으면 제일 무서운 고비는 이미 넘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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