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복소수 (3) i를 곱하면 90도 돈다
시리즈 쉬운 복소수 3 / 3
- 1쉬운 복소수 (1) 허수 i, 없는 수를 만든 사건
- 2쉬운 복소수 (2) 복소평면, 수를 평면에 놓다
- 3쉬운 복소수 (3) i를 곱하면 90도 돈다

곱하기가 회전이라면 믿겨? 수를 키우는 그 곱하기 말이야. 그게 복소평면에선 화살표를 빙 돌리는 일이 돼. 이게 이 시리즈에서 제일 신기하고 예쁜 대목이야.
겁부터 풀고 가자. 곱하기가 회전이라니 뜬금없지? 당연해, 그렇게 배운 적이 없으니까. 근데 한 번만 보고 나면 아, 복소수가 이래서 특별한 거였구나 싶어질 거다. 지난 편에서 복소수를 평면에 화살표로 놓고, 더하기는 화살표를 이어 붙이는 거라고 했지. 오늘은 아직 안 한 곱하기 차례야. 오늘 가져갈 문장은 딱 하나야.
복소수 곱셈은 회전이다. 그중에서도 i를 곱하는 건 화살표를 90도 돌리는 거다.
이게 오늘의 전부야. 진짜 그런지 하나씩 곱해보면서 눈으로 확인하자.
i를 곱해서 한 바퀴 돌려보기
숫자 1부터 시작하자. 복소평면에서 1은 어디야? 실수축 위, 오른쪽으로 딱 한 칸. 오른쪽을 가리키는 화살표지. 여기에 i를 곱해보자.
1 곱하기 i는? 그냥 i야. i는 어디 있었지? 1편에서 봤듯이 세로축 위, 위로 한 칸이야. 위를 가리키는 화살표지. 자 봐, 오른쪽을 가리키던 화살표가 i를 곱했더니 위를 가리키게 됐어. 오른쪽에서 위로. 이거 딱 90도 돌린 거잖아? 반시계 방향으로.
계속 가자. 이번엔 i에 다시 i를 곱해. i 곱하기 i는 i²이고, i²은 −1이야. 1편의 그 약속. −1은 어디야? 실수축 왼쪽으로 한 칸, 왼쪽을 가리키는 화살표지. 위를 가리키던 게 이제 왼쪽을 가리켜. 또 90도 돌았어.
한 번 더. −1에 i를 곱하면 −i야. −i는 세로축 아래로 한 칸, 아래를 가리켜. 왼쪽에서 아래로, 또 90도.
마지막으로 −i에 i를 곱하면? −i 곱하기 i는 −i²이고, i²이 −1이니까 −(−1) = 1. 어? 다시 1로 돌아왔어. 아래를 가리키던 화살표가 오른쪽으로. 또 90도 돌아서, 이렇게 딱 한 바퀴를 채웠다.
동생: “오른쪽, 위, 왼쪽, 아래, 다시 오른쪽. 진짜 90도씩 도네?”
누나: “그치. i를 곱할 때마다 화살표가 반시계로 90도씩 돌아. 네 번 곱하면 360도, 제자리.”
왜 하필 90도냐면
그림은 봤는데, 왜 하필 90도지? 아무렇게나 정한 각이 아니야. 이유가 딱 있어. 1편에서 i를 네 번 곱하면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했지. i⁴ = 1. 기억나? i²이 −1이니까, i⁴ = i² 곱하기 i² = (−1) 곱하기 (−1) = 1.
이걸 회전으로 다시 읽어봐. i를 곱하는 걸 화살표를 어떤 각도만큼 돌리는 일이라고 치자. 그 각도가 얼마인지는 아직 몰라도 돼. 딱 하나는 알아. i를 네 번 곱하면 제자리로 온다는 것. 그런데 방금 그림에서 오른쪽·위·왼쪽·아래로 매번 다른 방향을 거쳤잖아.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그 네 방향을 다 밟으려면, 덜도 더도 아닌 딱 한 바퀴(360도)를 돈 거야. 그러니 그 각도 네 개를 더하면 360도여야 해. 360을 넷으로 똑같이 나누면? 90도야. 그래서 i 한 번 곱하기가 90도인 거다. 억지로 정한 게 아니라, 네 번 곱하면 제자리라는 사실에서 저절로 나오는 거지. 봐, 외울 게 아니라 이래서 이렇게 되는 거야.
곱하기는 돌리기와 늘이기
i만 이런 게 아니야. 복소수 곱셈은 전부 돌리기와 늘이기의 조합이야. 딱 두 가지만 하거든. 화살표를 얼마만큼 돌리고, 화살표 길이를 얼마만큼 늘인다.
예를 들어 어떤 화살표에 2i를 곱하면? i가 90도 돌리는 거였지. 거기에 2가 붙었으니 90도 돌리면서 길이를 2배로 늘여. 3을 곱하면 안 돌리고 길이만 3배야(3은 오른쪽 방향 실수라 방향은 그대로). 각은 더하고, 길이는 곱하고. 이게 복소수 곱셈의 정체야. 실수 곱셈이 길이만 늘이는 거였다면, 복소수 곱셈은 거기에 돌리기가 더해진 거지. 실수는 복소수의 특별한 경우, 곧 안 도는 경우일 뿐이야. 그림으로 보면 이렇다. 1에 2i를 곱하면 90도 돌면서 길이가 2배가 된다.
곱셈을 일반으로 넓혀도 규칙은 하나다. 두 복소수를 곱하면 각은 더하고 길이는 곱한다.
여기서 왜 허수축을 하필 실수축이랑 직각으로 세웠는지도 풀린다. 2편에서 왜 직각이냐던 물음, 기억나? i를 곱하는 게 90도 회전이니까, i가 놓이는 방향(허수축)은 1이 놓인 방향(실수축)에서 딱 90도 돌아간 자리여야 하거든. 직각이 먼저가 아니라, i 곱하기가 90도 회전이라서 축이 직각이 된 거야.
어디에 쓰이냐면
이 돈다는 성질이 왜 중요하냐면, 세상에 돌고 흔들리는 게 널렸기 때문이야. 빙글빙글 도는 회전, 위아래로 출렁이는 파동, 플러스 마이너스로 번갈아 흐르는 전기(교류). 이런 걸 다루려면 얼마나 돌았나, 곧 각도를 계속 따져야 하는데, 복소수 곱셈이 각도를 더해주는 계산을 공짜로 해주잖아. 그래서 전기공학, 신호 처리, 물리에서 파동과 진동을 다룰 때 복소수가 약방의 감초처럼 쓰여. 돌고 흔들리는 걸 계산하는 데 이보다 편한 도구가 없거든. 학교에선 없는 수라고 배운 그 허수가, 실은 전기와 파동을 굴리는 실전 도구인 거야.
예시 문제
곱하기가 회전이라는 거, 방금 눈으로 봤지? 직접 돌려보자. i 한 번이 90도, 이거 하나면 돼. 두 문제만 같이 가자.
문제 1. 오른쪽을 가리키는 화살표 1에 i를 세 번 곱하면, 화살표는 몇 도 돌아서 어디를 가리킬까?
본문에서 한 바퀴 돌린 거 떠올리면서 해봐. 풀이 간다.
풀이. i를 한 번 곱하면 반시계로 90도 돈다고 했지. 그러니 세 번 곱하면 90도씩 세 번, 곧 270도를 돌아.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90도 돌면 위, 또 90도 돌면 왼쪽, 또 90도 돌면 아래. 그래서 아래를 가리켜. 숫자로 확인해도 똑같아. 1에 i를 세 번 곱하면 i³이고, i³은 −i였지. −i는 복소평면에서 세로축 아래로 한 칸, 곧 아래를 가리키는 화살표야. 270도 돌아서 아래, 딱 맞지? 봐, 회전으로 봐도 숫자로 봐도 같은 곳에 도착해.
문제 2. 그럼 2i에 2i를 곱하면 어떻게 될까? 회전으로도 풀고, 숫자로도 풀어서 두 답이 맞는지 봐.
이번엔 도는 것뿐 아니라 길이도 변해. 각은 더하고 길이는 곱한다, 이거 써먹을 차례야. 풀이 간다.
풀이. 먼저 회전으로 보자. 2i는 뭐였냐면, i 방향(위)으로 길이가 2인 화살표야. 곧 90도 방향에 길이 2. 복소수 곱셈은 각은 더하고 길이는 곱한다고 했지. 그러니 2i 곱하기 2i는 각을 90도 더하기 90도 해서 180도, 길이는 2 곱하기 2 해서 4야. 180도는 왼쪽 방향이고 길이가 4니까, 왼쪽으로 4칸 간 자리, 곧 −4를 가리켜. 이제 숫자로 확인하자. 2i 곱하기 2i는 2 곱하기 2에 i 곱하기 i를 붙인 거니까 4 곱하기 i²이야. i²은 −1이지. 그러니 4 곱하기 (−1)은 −4야. 봐, 회전으로 푼 −4랑 숫자로 푼 −4가 딱 맞잖아. 각은 더하고 길이는 곱한다는 규칙이 진짜였던 거지. 곱하기가 돌리기와 늘이기라는 말, 이렇게 두 눈으로 확인했어.
정리
세 편을 한 줄로 묶자. 없다던 수를 규칙을 정해 만든 게 허수 i(1편), 그 i를 실수와 직각으로 세워 수를 평면에 펼친 게 복소평면(2편), 그 평면에서 곱하기가 화살표를 돌리는 일이 되는 게 회전(3편)이야. i를 곱하면 90도, 네 번 곱하면 제자리. 봐, 여기까지 왔지? 처음에 허수라는 말에 헛것이니 뭐니 겁먹었던 거, 이제 좀 우습지 않아? 없는 수를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그게 평면이 되고, 회전이 되고, 전기와 파동을 굴리는 도구가 됐어. 수학이 필요하면 만들어 쓰고, 만든 게 세상을 굴린다는 거, 복소수만큼 그걸 잘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겁먹었던 게 억울할 만큼 멀리 왔어. 잘 왔다.
이 글, 어떠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