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것
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가 뭐냐고 물으면, 나는 늘 같은 답을 한다. 논리적 사고라는 답이다.
근거를 파악하고, 맥락을 읽고,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설득하는 것. 이 네 가지를 꾸준히 해내는 사람이 결국 오래 간다고 본다. 실제로 오래 살아남은 디자이너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손이 빠른 사람보다 “왜 이렇게 그렸냐"는 질문을 항상 받을 준비가 된 사람이 더 오래 자리 잡았다. 툴이 바뀌어도 그 자세는 같이 따라간다.
툴은 변한다. 어제는 피그마였고, 오늘은 피그마에 코드가 끼었고, 내일은 또 모를 무언가가 들어올 거다. 시대와 맥락이 요구하는 걸 따라가다 보면 손에 익은 도구는 계속 교체된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사고방식은 안 변한다. 어떤 화면을 만지든, 어떤 툴 앞에 앉든, 결국 해야 하는 일은 같더라. 왜 그렇게 그렸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그건 디자인이 아니라 그림이다. 보기 좋게 생긴 결과물은 누구나 만든다. 거기서 한 발 더 가려면 생각이 단단해야 한다.
못생긴 게 좋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같은 시간, 같은 툴을 들고 일하는 두 사람이 있다면, 사고가 더 단단한 쪽이 결국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 미적 감각은 따라오지만 사고가 없으면 오래 따라오지 못한다.
물론 사고만 단단하다고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다. 툴을 못 다루면 아무리 좋은 생각도 화면 밖으로 못 나간다. 다만 사고가 비어 있으면 툴을 갈아끼울 때마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툴은 몇 달이면 따라오지만, 사고의 빈 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결국 갈리는 지점은 툴 숙련도가 아니라 사고의 깊이다. 툴은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이고, 사고는 문제 해결을 위한 본질이다. 과정은 변할 수 있어도 본질은 안 변한다.
이 글은 프롤로그다. 다음 글부터는 위 네 가지 — 근거를 잡는 사고, 맥락을 읽는 사고, 결정을 내리는 사고, 결정을 설득하는 사고 — 를 하나씩 풀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