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확률 (2) 정보가 바뀌면 확률이 바뀐다
시리즈 쉬운 확률 2 / 3
- 1쉬운 확률 (1) 확률은 유리한 경우를 전체로 나눈 것
- 2쉬운 확률 (2) 정보가 바뀌면 확률이 바뀐다
- 3쉬운 확률 (3) 기댓값, 평균적으로 얼마

양성 나왔다는 문자 한 통에 머릿속이 벌써 병 확정으로 굴러간 적 있지? 그 공포부터 풀고 가자. 그 상황, 확률을 알면 생각보다 훨씬 덜 무섭다. 앞 편에서 확률은 유리한 경우를 전체로 나눈 것이라고 했지. 그런데 거기엔 숨은 전제가 하나 있었어. 아무것도 새로 모르는 상태, 곧 정보가 없는 상태라는 거야. 현실은 안 그렇잖아. 우리는 늘 뭔가를 알게 되고, 알게 되는 순간 확률이 움직인다. 오늘은 이거 하나만 가져가면 돼.
정보가 바뀌면 확률이 바뀐다.
이걸 조건부확률(conditional probability)이라고 부르는데, 이름에 겁먹지 마. 뜻은 아는 정보 안에서 다시 잰 확률, 딱 그거야. 왜 이런 게 필요한지, 왜 이렇게 되는지만 천천히 밟아보자. 오늘 다룰 예시 하나는 살면서 진짜로 만나는 거라, 이거 하나 이해해두면 두고두고 써먹는다.
아주 정확한 검사인데, 왜 양성이 미덥지 않을까
바로 상황으로 들어가자. 어떤 병이 있어. 흔한 병은 아니고, 전체 인구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병이야. 곧 유병률이 1%다. 이 병을 잡아내는 검사가 하나 있는데, 꽤 정확해. 병이 진짜 있는 사람은 99%를 양성으로 잡아내. 놓치는 건 1%뿐이지. 병이 없는 사람한테서 잘못 양성이 뜨는 경우도 5%밖에 안 돼. 자, 검사를 받았더니 양성이 나왔어.
동생: “검사가 99%나 맞힌다며. 그럼 나 병일 확률 99%인 거야?”
누나: “아니. 실제로는 6분의 1쯤이야. 약 17%.”
동생: “뭐? 99% 정확한 검사인데 왜 17%야?”
여기서 다들 깜짝 놀란다. 그리고 여기가 조건부확률의 핵심이야. 왜 이렇게 되는지, 사람 수를 실제로 세보면 눈에 딱 보여. 겁먹지 말고 한 칸씩 가자.
사람 수를 세보면 보인다
전체 만 명을 데려다 놓고 세보자. 큰 수로 놓는 게 세기 편해서 그래.
먼저 병이 진짜 있는 사람. 유병률이 1%니까 만 명 중 100명이야. 나머지 9,900명은 병이 없어. 이제 이 만 명 전부 검사를 받았다고 하자.
병이 있는 100명. 검사가 이 중 99%를 양성으로 잡으니까 99명이 양성이 떠. 병이 없는 9,900명. 이 중 5%가 잘못 양성이 뜨니까, 9,900의 5%면 495명이 양성이 떠. 자, 그럼 양성이 뜬 사람은 다 합쳐서 99 더하기 495, 곧 594명이야.
이 594명이 방금 동생이 들어간 세계야. 양성이라는 정보를 알게 된 순간, 우리 세계는 만 명 전체가 아니라 이 594명으로 확 좁혀진 거지. 앞 편의 표현으로 하면, 전체 경우의 수가 만에서 594로 바뀐 거야. 그럼 이 좁혀진 세계 안에서 진짜 병인 사람은 몇 명이냐. 99명이지. 그래서 양성인데 진짜 병일 확률은 594분의 99야.
594분의 99를 계산하면 딱 6분의 1, 약 16.7%야. 검산해보면 594는 99의 정확히 여섯 배거든. 봐, 99% 정확한 검사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야. 병이 워낙 드무니까, 병 없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 많은 사람 중 5%만 잘못 떠도 그 수(495명)가 진짜 병(99명)을 훌쩍 넘어버리는 거지. 그래서 양성 무더기의 대부분이 사실은 가짜 양성인 거야.
조건부확률은 정보 안에서 다시 잰 확률
방금 우리가 한 게 조건부확률이야. 원래 병일 확률은 1%였어. 만 명 중 100명이니까. 그런데 양성이라는 정보가 들어오자, 세계가 594명으로 좁혀지고, 그 안에서 다시 재니까 약 17%로 뛰었지. 같은 사람인데 아는 정보가 달라지니까 확률이 1%에서 17%로 바뀐 거야.
핵심은 다시 잰다에 있어. 조건부확률은 전체를 새로 갈아끼우는 일이다. 앞 편에서 확률은 유리한 경우를 전체로 나눈 것이라고 했지. 조건부확률은 그 전체 자리에, 만 명 대신 양성 594명을 끼워 넣는 거야. 아는 정보가 전체를 좁히고, 그 좁아진 전체 안에서 유리한 경우를 다시 나눈다. 그래서 이름도 조건부(條件附)야. 조건(條件)이 붙어 있다(附)는 뜻이지. 양성이라는 조건이 붙은 채로 잰 확률, 그게 조건부확률이다. 겁줄 만한 이름이 아니지? 그러니 공식으로 외우려 들지 마. 아는 정보로 전체를 좁히고 그 안에서 다시 나눈다, 방금 사람 수로 직접 해본 이것만 손에 남으면 돼.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라는 거창한 이름도 결국 이 한 줄이야.
여기서 많이 헷갈리는 함정 하나. 594분의 99는 양성인데 병일 확률이지, 병인데 양성일 확률이 아니야.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값이다. 병인데 양성일 확률은 99%(민감도 그 자체)지만, 뒤집어서 양성인데 병일 확률은 17%야. 방향을 뒤집으면 값이 확 달라져. 검사받고 양성 떴다고 병이 확정인 것처럼 겁먹는 건, 이 두 방향을 헷갈려서 그래. 방향을 잘 보면 겁낼 일이 반으로 준다.
정보가 확률을 바꾸는 것과 안 바꾸는 것
여기까지 왔으면 절반 넘게 온 거야. 하나만 더 짚자. 정보가 확률을 바꾼다고 했는데, 정보가 아무 힘도 못 쓰는 경우도 있어. 이 둘을 가르는 이름이 종속과 독립이다.
방금 검사 예처럼, 한쪽을 알면 다른 쪽 확률이 달라지는 관계를 종속이라고 해. 양성이라는 걸 알면 병일 확률이 1%에서 17%로 바뀌었잖아.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이지. 반대로, 한쪽을 알아도 다른 쪽 확률이 꿈쩍도 안 하는 관계를 독립(獨立)이라고 해. 홀로 독, 설 립. 서로 남남처럼 홀로 서 있다는 뜻이야.
쉬운 예를 보자. 동전을 던지고 주사위를 던져. 동전이 앞면이 나왔다는 걸 안다고 해서, 주사위가 6이 나올 확률이 달라져? 안 달라지지. 여전히 6분의 1이야. 동전과 주사위는 서로 남남, 곧 독립이거든. 이때는 정보가 들어와도 확률을 다시 잴 필요가 없어. 조건부확률이 원래 확률과 똑같아지는 거지. 독립이라는 건 사실 정보가 확률을 안 바꾼다는 말 그 자체야.
이 독립을 착각하면 도박사의 오류에 빠져. 동전이 아홉 번 연속 앞면 나왔으니 이번엔 뒷면 나올 때가 됐다는 그 느낌. 근데 동전은 지난 아홉 번을 기억 못 해. 매번 독립이라 여전히 반반이야.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따로 풀었어. 종속이냐 독립이냐, 곧 정보가 확률을 바꾸는 사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게 확률을 제대로 읽는 눈이다.
예시 문제
이제 네가 직접 사람 수를 세볼 차례야. 조건부라는 말에 또 겁먹지 마. 오늘 한 거 딱 하나잖아. 아는 정보로 세계를 좁히고, 그 좁아진 세계 안에서 다시 나눈다. 공식 꺼낼 것 없이, 사람 수만 세면 돼.
문제 1. 어느 동아리에 30명이 있어. 그중 12명이 안경을 썼고, 그 안경 쓴 12명 중에 여학생이 8명이야. 자, 안경 쓴 사람 중에서 한 명을 뽑았어. 이 사람이 여학생일 확률은?
직접 한번 세어보고 내려와. 풀이 간다.
풀이. 여기서 아는 정보가 뭐야? 이 사람이 안경을 썼다는 거지. 그 정보가 세계를 확 좁혀. 30명 전체가 아니라, 안경 쓴 12명이 이제 우리 세계야. 그럼 이 좁아진 세계 안에서 유리한 경우를 세자. 여학생이 몇이야? 8명이지. 그래서 8 나누기 12, 곧 3분의 2야. 봐, 전체를 30에서 12로 갈아끼운 것뿐이지? 그게 조건부확률이야. 안경 썼다는 조건이 붙으니 전체가 12로 좁아진 거고. 답, 3분의 2.
이제 앞에서 본 그 검사 문제를 숫자만 바꿔서 네가 직접 해보자. 사람 수 세는 방식 그대로다.
문제 2. 어떤 병이 있어. 이번엔 좀 흔해서 유병률이 10%야. 1,000명을 검사한다고 하자. 검사는 병 있는 사람의 90%를 양성으로 잡고(민감도 90%), 병 없는 사람도 10%는 잘못 양성이 떠(위양성률 10%). 자, 양성이 뜬 사람이 진짜 병일 확률은 얼마일까?
직접 한번 세어보고 내려와. 풀이 간다.
풀이. 앞에서 한 그대로, 사람 수부터 세. 1,000명 중 유병률 10%니까 병이 있는 사람은 100명, 병이 없는 사람은 900명이야. 이제 양성이 어디서 오는지 보자. 병 있는 100명 중 90%가 양성이니까 90명이 진짜양성이야. 병 없는 900명 중 10%가 잘못 뜨니까 90명이 가짜양성이고. 그럼 양성이 뜬 사람은 다 합쳐서 90 더하기 90, 180명이지. 이제 정보가 들어왔어. 양성이라는 정보가 세계를 180명으로 좁힌 거야. 그 안에서 진짜 병인 사람은 90명. 그래서 90 나누기 180, 딱 2분의 1이야. 병일 확률이 50%라고? 검사가 90%나 맞히는데? 그래, 병이 아주 드물지 않으면 이렇게 절반까지 올라와. 앞 편 그 병(유병률 1%)은 17%까지 떨어졌잖아. 병이 흔할수록 이 값이 올라가는 거야. 같은 방식인데 유병률이 값을 흔든다는 걸 두 예가 같이 보여주지. 답, 2분의 1.
정리
오늘 딱 하나만. 정보가 바뀌면 확률이 바뀐다. 조건부확률은 아는 정보로 전체를 좁힌 다음, 그 좁아진 세계 안에서 다시 잰 확률이야. 아주 정확한 검사도, 병이 드물면 양성의 대부분이 가짜 양성일 수 있다는 것. 594분의 99, 곧 6분의 1이 그걸 보여줬지. 그리고 정보가 확률을 바꾸면 종속, 안 바꾸면 독립. 봐, 조건부라는 말에 겁먹었던 게 억울할 정도지?
앞 편에서 확률로 경우를 재는 법을 봤고, 이번 편에서 정보가 그 확률을 어떻게 흔드는지 봤어.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 이걸 여러 번 반복하면 평균적으로 얼마를 얻게 될까. 복권을 계속 사면, 보험을 들면, 길게 봤을 때 이득일까 손해일까. 다음 편에서 기댓값을 보자. 여기까지 왔으면 확률의 절반은 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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