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확률 (3) 기댓값, 평균적으로 얼마
시리즈 쉬운 확률 3 / 3
- 1쉬운 확률 (1) 확률은 유리한 경우를 전체로 나눈 것
- 2쉬운 확률 (2) 정보가 바뀌면 확률이 바뀐다
- 3쉬운 확률 (3) 기댓값, 평균적으로 얼마

동생이 복권 한 장을 앞에 두고 한참을 고민해.
동생: “이거 살까? 되기만 하면 인생 역전이라는데.”
누나: “계속 사면 이득인지 손해인지부터 따져보고 사.”
그래, 복권을 계속 사면 이득일까 손해일까. 보험은 들 만한가. 이런 건 묘하게 한 번의 확률만으로는 답이 안 나와. 당첨 확률이 얼마인지까진 알아도, 그래서 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는 안 나오잖아. 여기까지 왔으면 확률의 두 고비는 넘었어. 앞 편들에서 경우를 세는 법, 정보가 확률을 바꾸는 법을 봤으니까. 마지막 한 조각이 오늘 이거야.
기댓값은 값에 그 확률을 곱해서 다 더한 것이다.
이걸로 길게 반복했을 때 평균적으로 얼마를 얻는지를 잴 수 있어. 이름은 기댓값(期待값), 영어로는 expected value. 겁먹지 마, 계산은 곱하고 더하는 게 전부야. 왜 이렇게 하는지만 밟아보자. 이번 편이 시리즈 마지막이다.
왜 필요했나: 한 번 말고 길게 보면 얼마
확률 하나만으로는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을 보자. 동생이 복권을 만지작거려.
동생: “누나, 이 복권 당첨 확률이 만분의 일이래. 그래도 상금이 100만 원이야. 살까?”
누나: “확률만 보지 말고, 사고팔기를 계속 반복하면 한 장당 평균 얼마가 돌아오는지를 봐야지. 그게 기댓값이야.”
이게 핵심이야. 복권 한 장의 결과는 둘 중 하나지. 당첨 아니면 꽝. 근데 한 장만 보면 판단이 안 서. 우리가 진짜 알고 싶은 건, 이걸 수없이 반복했을 때 한 번에 평균 얼마씩 얻느냐거든. 도박이 남는 장사인지, 복권을 계속 사면 밑지는 장사인지, 보험료가 적당한지. 이런 건 전부 길게 봤을 때의 평균으로 판단해야 해. 그 평균을 미리 계산해 주는 도구가 기댓값이야. 이걸 처음 또렷하게 정리한 사람이 약 370년 전 하위헌스(Christiaan Huygens)라는 수학자인데, 마침 그것도 도박판의 몫을 따지다 나온 거였어. 앞 편에서 본 판돈 나누기랑 뿌리가 같지.
기댓값 = 값 × 확률을 다 더한 것
그럼 그 평균을 어떻게 구하냐. 그냥 나올 수 있는 값들을 산술평균 내면 안 돼. 왜냐고? 값마다 나올 확률이 다르잖아. 잘 나오는 값은 평균에 크게, 드물게 나오는 값은 작게 반영돼야 공평하지. 그래서 각 값에 그 값이 나올 확률만큼 무게를 실어서 더해. 이게 기댓값이야. 외우는 게 아니라, 확률로 무게를 준 평균이라서 이렇게 되는 거야.
깨끗한 예로 주사위를 보자.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눈만큼 점수를 받는다고 하자. 나올 수 있는 값은 1부터 6, 각각 확률은 6분의 1로 똑같아. 그럼 기댓값은 각 눈에 6분의 1씩 무게를 실어 더한 거야.
기댓값 = 1×(1/6) + 2×(1/6) + 3×(1/6) + 4×(1/6) + 5×(1/6) + 6×(1/6) = (1+2+3+4+5+6)/6 = 21/6 = 3.5
값이 3.5로 나왔지. 여기서 재밌는 게 있어. 주사위에 3.5라는 눈은 없잖아. 한 번 던져서 3.5가 나올 일은 없어. 그런데도 기댓값이 3.5인 건, 수없이 던져서 나온 눈을 평균 내면 3.5에 모인다는 뜻이야. 기댓값은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 길게 반복했을 때의 평균이라는 걸, 이 3.5가 딱 보여줘.
이걸 그림으로 보면 감이 확 와. 값 1부터 6을 저울대 위에 늘어놓고, 각 자리에 확률만큼 무게를 얹는다고 생각해봐. 다 똑같은 무게니까, 저울이 균형을 잡는 자리가 딱 한가운데인 3.5야. 기댓값은 이 저울의 균형점이다.
복권은 왜 기댓값이 마이너스인가
이제 아까 동생의 복권으로 돌아가자. 기댓값으로 따지면 사도 되는지 바로 나와. 예를 이렇게 잡아보자. 복권 한 장 값은 1,000원이야. 당첨은 1등 100만 원에 확률 만분의 일, 2등 1만 원에 확률 백분의 일, 나머지는 다 꽝이라 0원. 자, 1,000원 내고 받을 상금이 평균 얼마인지, 그 기댓값을 계산하면 이래.
기댓값 = (받을 상금 × 그 확률)을 다 더한 것
= 1등 100만 원 × (1/10,000) → 100원
+ 2등 1만 원 × (1/100) → 100원
+ 꽝 0원 × 나머지 → 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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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원
받을 상금의 기댓값이 200원이야. 그런데 이 표를 사는 데 1,000원을 냈지. 곧 한 장 살 때마다 평균 1,000원 내고 200원 돌려받는 거야. 장당 평균 800원씩 손해라는 뜻이지. 이게 복권 기댓값이 마이너스라는 말의 정체야. 낸 돈보다 돌려받는 평균이 작으니까.
왜 늘 이럴까. 당연해. 복권을 파는 쪽도 남는 게 있어야 하잖아. 상금으로 나가는 돈의 기댓값이 표값보다 작아야 운영하는 쪽이 이익을 보지. 그러니 사는 사람 입장에선 길게 사면 살수록 평균적으로 밑지게 설계돼 있는 거야. 이게 앞에서 말한 길게 반복하면의 힘이다. 한두 번은 운 좋게 딸 수 있어. 근데 계속 사면 그 평균이 200원 쪽으로 끌려가서, 800원씩 새는 게 결국 드러나. 여기엔 앞 편에서 안 다룬 큰 수의 법칙이 깔려 있는데, 많이 반복할수록 실제 평균이 기댓값에 붙는다는 이야기야. 자세한 건 이 글에서 봤지.
그럼 보험은 왜 드나
여기서 똑똑한 반문이 나와. 복권이 기댓값 마이너스라 사면 손해면, 보험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맞아. 보험도 가입자 입장에선 대체로 기댓값이 마이너스야. 보험사도 남아야 하니까, 내는 보험료가 평균적으로 돌려받는 것보다 크게 설계돼 있어. 순전히 평균만 보면 밑지는 장사지.
그런데 왜 드느냐. 기댓값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야. 복권은 안 되면 천 원 날리고 마는데, 큰 병이나 사고는 한 방에 수천만 원이 나갈 수 있잖아. 그 한 번이 나를 무너뜨려. 보험은 그 드물지만 치명적인 한 방을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 메는 거야. 평균적으론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나를 파산시킬 최악의 경우를 막는 값으로 그 손해를 사는 거지. 그래서 기댓값은 판단의 강력한 잣대이긴 한데, 유일한 잣대는 아니야. 평균이 같아도 한 방의 크기가 다르면 선택이 달라진다. 이건 알아두면 돈 관련 결정에서 헛발을 덜 딛어.
이름 풀이: 기댓값
이름도 뜻 그대로야. 기댓값(期待값)의 기대(期待)는 어떤 일이 이뤄지길 바라며 기다린다는 그 기대야. 기(期)는 기약할 기, 대(待)는 기다릴 대. 거기에 순우리말 값을 붙였어. 그러니까 기댓값은 평균적으로 기대할 만한 값이라는 말이지. 한 번에 딱 이게 나온다는 게 아니라, 길게 봤을 때 이쯤을 기대해도 된다는 값. 영어 expected value도 그대로 기대되는 값이야. 동서양이 같은 감각으로 이름을 붙인 거지. 이름 안에 뜻이 다 들어 있으니, 외울 것도 없어.
예시 문제
이제 네가 직접 값에 확률을 곱해 더해볼 차례야. 겁먹지 마. 계산은 곱하고 더하는 게 전부라고 했잖아. 값마다 그 값이 나올 확률만큼 무게를 실어서 다 더한다. 그거 그대로 하면 돼.
문제 1. 주머니에 공이 열 개 들어 있어. 빨간 공 3개, 흰 공 7개야. 눈 감고 하나 뽑는데, 빨간 공을 뽑으면 1,000원을 받고 흰 공을 뽑으면 0원이야. 한 번 뽑을 때 받을 돈의 기댓값은 얼마일까?
직접 한번 해보고 내려와. 풀이 간다.
풀이. 기댓값은 값에 그 확률을 곱해서 다 더한 거였지. 값이 두 개야. 1,000원 아니면 0원. 각각 확률부터 보자. 빨간 공은 열 개 중 3개니까 뽑을 확률이 10분의 3이야. 흰 공은 10분의 7이고. 이제 값에 확률을 실어서 더해. 1,000원 곱하기 10분의 3은 300원. 0원 곱하기 10분의 7은 0원. 둘을 더하면 300원이지. 그래서 이 뽑기의 기댓값은 300원이야. 한 번 뽑아서 딱 300원이 나온다는 게 아니라, 이걸 수없이 반복하면 한 번에 평균 300원쯤 돌아온다는 뜻이야. 잘 나오는 값(0원, 열 번 중 일곱 번)에 무게가 더 실려서, 평균이 1,000원 쪽이 아니라 아래로 당겨진 거지. 답, 300원.
이제 이걸로 진짜 판단을 해보자. 복권이 왜 손해인지 봤던 그 방식이야. 낸 돈이랑 받을 기댓값을 견주면 돼.
문제 2. 어떤 게임이 있어. 참가비 1,000원을 내고 주사위를 한 번 던져. 6이 나오면 3,000원을 받고, 그 외엔 한 푼도 못 받아. 이 게임, 계속하면 이득일까 손해일까?
직접 한번 따져보고 내려와. 풀이 간다.
풀이. 먼저 받을 상금의 기댓값부터. 값은 3,000원 아니면 0원이야. 6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 아닐 확률은 6분의 5지. 값에 확률을 실어 더하면, 3,000원 곱하기 6분의 1은 500원, 0원 곱하기 6분의 5는 0원. 그래서 받을 상금의 기댓값은 500원이야. 그런데 참가비로 1,000원을 냈잖아. 평균 500원 받자고 1,000원을 낸 거지. 한 판에 평균 500원씩 손해라는 뜻이야. 그러니 계속하면 손해다. 복권이랑 똑같은 구조지? 낸 돈보다 돌려받는 평균이 작으면 길게 갈수록 밑져. 한두 번은 6이 떠서 딸 수도 있어. 근데 계속하면 그 평균 500원 쪽으로 끌려가서 판마다 500원씩 새는 거야. 답, 받을 기댓값 500원, 참가비 1,000원, 그래서 한 판당 500원 손해.
정리: 세기에서 기댓값까지
세 편을 한 줄로 꿰어보자. 확률은 유리한 경우를 전체로 나눈 것이었고(세기), 정보가 들어오면 그 전체를 좁혀 다시 재는 게 조건부확률이었고(조건부), 값마다 확률로 무게를 실어 다 더하면 길게 봤을 때의 평균, 곧 기댓값이 나온다(기댓값). 세기에서 시작해 정보로 좁히고, 마지막에 평균으로 판단한다. 이게 쉬운 확률의 전부야.
오늘 딱 하나만 다시. 기댓값은 값에 그 확률을 곱해 다 더한 것, 곧 길게 반복했을 때 평균적으로 얼마다. 주사위 눈이면 3.5, 복권이면 표값보다 작아서 마이너스. 그래서 도박·복권은 계속하면 평균이 새고, 보험은 평균 손해를 최악을 막는 값으로 사는 거였지. 봐, 별거 아니지? 확률이라는 말에 데였던 게 억울할 정도잖아. 여기까지 왔으면 너 이제 확률 앞에서 안 밀려. 유리한 경우를 세고, 정보로 좁히고, 평균으로 판단해.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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