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열 (1) 수열, 규칙으로 줄 세운 수
시리즈 쉬운 수열 1 / 3
- 1쉬운 수열 (1) 수열, 규칙으로 줄 세운 수
- 2쉬운 수열 (2) 끝없이 더했는데 유한하다
- 3쉬운 수열 (3) 극한, 다가감을 다루는 언어

통장에 돈을 넣어두면 이자가 붙어. 그런데 그 이자에 또 이자가 붙어서, 가만히 둬도 해마다 조금씩 불어나지. 계단은 또 어때. 한 칸 오를 때마다 바닥부터의 높이가 똑같이 쌓여 올라가. 이 둘, 닮은 데가 있어. 같은 일이 규칙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수가 차곡차곡 쌓인다는 거. 옛날 사람들도 이런 걸 보면서 궁금해했어. 그럼 5년 뒤엔, 10년 뒤엔 얼마가 되지?
이 궁금증을 다루는 도구가 수열이야. 이름값에 겁먹지 마. 시그마니 an이니 하는 기호에 데어서 딱 이 근처에서 손 놓은 사람 많은데, 그거 네 머리 탓 아니야. 뜻은 안 알려주고 기호부터 쏟아부어서 그래. 그러니 기호는 잠깐 내려놓자. 외울 공식 없이, 필요한 건 문장 하나뿐이다.
수열은 규칙을 가진 수의 줄이다.
이게 전부다. 오늘은 이거 하나만 손에 쥐면 된다. 왜 이런 게 필요했는지, 왜 하필 두 종류가 기본인지만 천천히 같이 밟아보자.
방금 이자랑 계단만 얘기했지. 조금 넓혀볼게. 상인이 돈을 빌려주면 해마다 이자가 붙고, 마을 인구도 해마다 조금씩 늘어. 다 같은 모양이야. 같은 일이 반복되고, 그 다음이 궁금하다는 거. 하나하나 세어도 되긴 해. 근데 느리잖아. 그래서 사람들은 다음을 미리 내다보는 방법을 원했어. 규칙만 잡으면 다음이 저절로 보이거든. 그 규칙을 수로 줄 세운 게 수열(sequence)이야.
동생: “누나, 매일 사탕 3개씩 모으면 열흘 뒤엔 몇 개야?”
누나: “규칙이 매일 똑같잖아. 그러면 열 번 안 세도 바로 나와.”
동생: “안 세고 어떻게 알아?”
누나: “규칙을 식으로 적어두면 되지. 그렇게 규칙 따라 줄 세운 수, 그게 수열이야.”
규칙이 있으면 무더기가 줄이 된다
자, 봐봐. 수를 아무렇게나 흩어놓으면 그냥 무더기야. 7, 2, 19, 4. 여기엔 다음이 없어. 뭐가 올지 아무도 몰라. 그런데 이렇게 놓으면 어때. 2, 5, 8, 11. 규칙 보이지? 3씩 늘어. 규칙이 있으니까 다음이 14인 걸 안 세고도 알잖아. 이렇게 규칙 따라 순서대로 늘어놓은 수의 줄, 그게 수열이다.
줄에 선 수 하나하나는 항이라고 불러. 첫 번째 수가 첫째 항, 두 번째 수가 둘째 항. 이름 겁낼 것 없어. 그냥 줄에 선 각각의 수를 부르는 말이야. 2, 5, 8, 11이면 첫째 항이 2, 넷째 항이 11이지. 여기까진 셈이 아니라 그냥 보는 거야.
기본 규칙은 딱 둘: 더하기와 곱하기
규칙이야 세상에 무한히 많지. 근데 가장 기본은 딱 두 개야. 왜 둘이냐고? 수를 불리는 가장 기본 연산이 더하기랑 곱하기, 이 둘이거든. 그러니 수를 규칙대로 키우는 방법도 이 둘에서 시작하는 게 당연해.
하나는 같은 값을 계속 더하는 줄이야. 2, 5, 8, 11. 매번 3을 더했지. 이런 걸 등차수열 (arithmetic sequence)이라고 해. 그리고 그 매번 더하는 값 3을 공차라고 불러. 공통으로 더하는 차이라는 뜻이야. 계단처럼 그려 보면 이렇다.
다른 하나는 같은 값을 계속 곱하는 줄이야. 1, 2, 4, 8. 매번 2를 곱했지. 이런 걸 등비수열 (geometric sequence)이라 해. 그 매번 곱하는 값 2를 공비라고 부르고. 공통으로 곱하는 비율이라는 뜻이야.
더하며 자라는 것과 곱하며 자라는 것. 이 둘이 세상 성장의 두 얼굴이야. 저금통에 매달 같은 돈을 넣으면 잔액은 같은 값씩 더해지니까 등차고, 이자가 이자를 낳는 복리는 매년 같은 비율을 곱하니까 등비다. 하나만 기억해. 더하면 등차, 곱하면 등비.
왜 등비는 무섭게 치솟나
그림 봤지. 등차는 곧게 오르는데 등비는 뒤로 갈수록 미친 듯이 치솟아. 왜 그럴까. 천천히 생각해 봐. 더하기는 매번 같은 만큼만 늘어. 3씩 더하면 언제나 3만큼. 그런데 곱하기는 이미 커진 값에 또 곱하잖아. 8이 됐으면 다음엔 16, 그다음엔 32. 커진 값에 또 곱하니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야. 복리가 무섭다는 말이 바로 이 얘기다. 원금이 불어난 만큼 이자도 커지니까.
봐, 이건 외우는 게 아니라 더하기와 곱하기의 성질에서 그냥 나오는 거야. 등차는 일정하게, 등비는 갈수록 가파르게. 이유를 알면 그림이 저절로 기억에 남아.
일반항: 100번째를 안 세고 바로 아는 법
이제 진짜 편한 걸 하나 줄게. 아까 그 저금 얘기로 가자. 매일 사탕 3개씩 모으는데 첫날 2개로 시작했다 치자. 2, 5, 8, 11… 그럼 100일째엔 몇 개야? 설마 100번 다 셀 거야? 그건 아니지.
규칙을 식 하나로 적어두면 몇 번째든 바로 튀어나와. 이 식을 일반항 (general term)이라고 해. n번째 항을 n으로 적은 식이라는 뜻이야. 이름은 거창한데 별거 아니다.
등차부터. 첫 항에서 공차를 몇 번 더하면 n번째가 될까. 첫 항은 아직 한 번도 안 더한 거고, 둘째 항에서 한 번, 셋째 항에서 두 번 더했지. 그러니까 n번째 항은 (n-1)번 더한 거야. 곧 n번째 항은 첫 항에 공차의 (n-1)배를 더한 값이다. 2, 5, 8에 넣어보면 n번째 항은 2 더하기 3 곱하기 (n-1). 100번째면 2 더하기 3 곱하기 99, 곧 299개. 봐, 안 세고 바로 나왔지.
왜 (n-1)이냐, 이거 그냥 넘기지 마. 여기서 많이들 헷갈려. 근데 방금 봤잖아. 첫 항엔 더한 횟수가 0번이라 그래. n에서 하나 빠지는 거야. 외우지 마, 손가락으로 세어보면 그냥 나오는 값이니까. 화살표로 세어 보면 이렇다.
등비도 똑같은 방식이야. 곱하기로 바꾸기만 하면 돼. n번째 항은 첫 항에 공비를 (n-1)번 곱한 값이다. 1, 2, 4, 8이면 첫 항 1에 2를 (n-1)번 곱하니까 n번째 항은 2의 (n-1)제곱. 열 번째면 2를 아홉 번 곱한 512야. 세포 하나가 아홉 번 갈라지면 512개가 된다는 얘기가 이거다.
이름 풀이: 수열, 등차, 등비
이름도 뜻 그대로다. 겁낼 것 하나 없어. 수열(數列)은 수 수(數)에 벌일 열(列). 수를 줄지어 벌여놓은 것, 곧 수의 줄이다. 이름이 이미 다 말해주잖아.
등차(等差)는 같을 등(等)에 다를 차(差). 차이가 같다는 뜻이야. 이웃한 두 항의 차가 늘 똑같다는 거지. 2와 5의 차도 3, 5와 8의 차도 3. 그래서 등차다. 등비(等比)는 같을 등에 견줄 비(比). 비가 같다는 뜻이고. 이웃한 두 항의 비가 늘 똑같다는 거야. 2는 1의 2배, 4는 2의 2배. 그래서 등비고.
이런 한자어가 딱딱하게 느껴지는 건, 근대에 서양 수학이 일본을 거쳐 들어오면서 옮긴 번역어라 그래. 쉬운 우리말로 풀면 등차는 같은 만큼 더해 가는 줄, 등비는 같은 만큼 곱해 가는 줄이다. 뜻이 이름에 이미 들어 있으니, 이름만 알아도 절반은 안 셈이야.
어디에 쓰나
쓸모는 온 데 널려 있어. 매달 같은 돈을 붓는 적금은 등차로 쌓이고, 이자가 이자를 낳는 복리 예금은 등비로 불어난다. 세포가 하나에서 둘, 둘에서 넷으로 갈라지는 것도 등비, 소문이 한 사람이 두 사람에게 퍼지는 것도 등비야. 계단을 오를 때 바닥부터의 높이는 등차고. 반복과 성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이 두 줄 중 하나가 숨어 있다.
예시 문제
개념 익혔으니 직접 한번 써먹어 보자. 겁먹지 마. 방금 배운 일반항, 그거 두 개면 다 풀려. 손 놓지 말고 같이 가.
문제 1. 첫 항이 2이고 공차가 3인 등차수열이 있어. 그러니까 2, 5, 8, 11 이렇게 가는 줄이야. 이 줄의 10번째 항은 얼마일까?
직접 한번 해보고 내려와. 급하면 그냥 열 번 세어봐도 돼. 근데 일반항 쓰면 안 세고 나온다. 풀이 간다.
풀이. 등차의 일반항 기억나? n번째 항은 첫 항에 공차를 (n − 1)번 더한 값이었지. 왜 (n − 1)이냐, 첫 항은 아직 한 번도 안 더했으니까. 10번째면 더한 횟수가 9번이야. 그러니 2에 3을 9번 더하면 돼. 3을 9번 더한 건 3 곱하기 9, 곧 27이지. 거기에 첫 항 2를 얹으면 2 더하기 27은 29. 그러니까 10번째 항은 29야. 못 믿겠으면 세어봐. 2, 5, 8, 11, 14, 17, 20, 23, 26, 29. 딱 열 번째가 29지? 봐, 안 세고 바로 나왔잖아.
문제 2. 오늘 나 혼자 어떤 소문을 알고 있어. 그런데 하루가 지날 때마다 그 소문을 아는 사람 수가 딱 2배로 불어난대. 오늘을 첫째 날 1명으로 놓으면, 7일째엔 몇 명이 알게 될까?
한번 종이에 써봐. 매일 2배, 이거 등차야 등비야? 풀이 간다.
풀이. 매번 같은 값을 더하는 게 아니라 2배씩 곱해지지? 곱하면 등비야. 첫 항은 1명, 공비는 2. 등비의 일반항은 첫 항에 공비를 (n − 1)번 곱한 값이었어. 7일째면 곱한 횟수가 6번이야. 그러니 1에 2를 6번 곱하면 돼. 2를 6번 곱하면 2, 4, 8, 16, 32, 64. 곧 64명이야. 하루하루 세어봐도 똑같아. 1, 2, 4, 8, 16, 32, 64. 첫째 날 1명에서 이레 만에 64명. 이게 곱하며 자라는 등비의 무서움이야. 앞에서 등비가 갈수록 치솟는다고 했지? 소문이 딱 그렇게 퍼지는 거다. 봐, 일반항 하나로 등차든 등비든 다 풀리지?
정리
오늘 딱 하나만. 수열은 규칙을 가진 수의 줄이다. 같은 값을 더하면 등차, 곱하면 등비. 규칙을 일반항으로 적어두면 몇 번째든 안 세고 바로 나온다. 봐, 별거 아니지? 시그마니 an이니 하는 기호에 겁먹었던 게 좀 억울할 정도잖아.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걸 하나 던져볼게. 이 줄을 끝없이 이어서 전부 다 더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무한대로 커질 것 같지? 근데 안 그럴 때가 있어. 끝없이 더했는데 딱 유한한 값에서 멈추는 일이 벌어진다. 다음 편에서 그 충격을 정사각형 하나로 보여줄게. 여기까지 왔으면 시작은 잘 끊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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