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열 (2) 끝없이 더했는데 유한하다
시리즈 쉬운 수열 2 / 3
- 1쉬운 수열 (1) 수열, 규칙으로 줄 세운 수
- 2쉬운 수열 (2) 끝없이 더했는데 유한하다
- 3쉬운 수열 (3) 극한, 다가감을 다루는 언어

끝없이 더하면 무조건 무한대일 것 같지? 아니야. 끝없이 더했는데 딱 유한한 값에서 멈추는 일이 진짜로 벌어져. 오늘은 그 얘기다.
미리 겁부터 풀어줄게. 무한히 더한다는 말, 딱 들으면 무섭지. 그래서 대부분 무한대로 커진다고 넘겨짚어. 근데 바로 그게 함정이야. 오늘 가져갈 문장은 이거 하나야.
점점 작아지는 항을 더하면, 어떤 값에 수렴할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지금 안 와닿아도 돼. 그림 하나면 끝나니까. 참, 이건 지난 편에서 수열이라는 수의 줄을 배운 다음 그 줄을 끝없이 다 더하면 어떻게 되냐고 던졌던 물음, 그 답이기도 해. 천천히 가자.
아킬레스는 거북을 못 따라잡는다?
2500년쯤 전, 고대 그리스에 제논 (Zeno)이라는 철학자가 있었어. 스승 파르메니데스의 생각을 지키려고 머리 아픈 수수께끼를 여럿 냈는데, 그중 제일 유명한 게 아킬레스와 거북 이야기야.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엄청 빠른 영웅이고, 거북은 뭐 느리지.
이 둘이 달리기를 하는데, 거북한테 앞에서 조금 출발할 자리를 줬어. 제논이 말하길, 아킬레스는 거북을 영원히 못 따라잡는대. 왜냐. 아킬레스가 거북이 있던 자리까지 가면, 그새 거북은 조금 더 앞으로 가 있어. 그 자리까지 또 가면, 거북은 또 그만큼 더 가 있고. 이걸 무한히 반복하니 영원히 못 따라잡는다는 거지.
동생: “말이 안 되잖아. 실제로는 아킬레스가 금방 따라잡는데?”
누나: “그렇지. 그러니까 이게 역설이야. 무한 번을 거쳐야 한다는 게 함정이었어.”
동생: “무한 번 하는데 어떻게 따라잡아?”
누나: “그 무한 번을 다 더해도 유한한 값이거든. 그걸 오늘 보여줄게.”
제논의 함정은 여기 있었어. 무한히 많은 단계를 거치니까 무한히 오래 걸릴 거라고 슬쩍 넘어간 거. 근데 그게 틀렸어. 단계가 무한히 많아도, 그 하나하나가 점점 작아지면 다 더한 값은 유한할 수 있거든. 이걸 눈으로 보자.
정사각형을 반씩 채워보자
숫자로 가자. 1/2에 1/4을 더하고, 1/8을 더하고, 1/16을 더하고… 반씩 줄여가며 끝없이 더하는 거야. 얼마가 될까. 무한히 더하니까 엄청 커질 것 같지? 직접 채워보면 안다.
넓이가 1인 정사각형 하나를 준비해. 먼저 그 절반을 칠해. 1/2 칠했지. 남은 절반의 또 절반을 칠해. 1/4 더 칠했고, 지금까지 3/4. 남은 데의 또 절반, 1/8을 칠하면 7/8. 그다음 1/16을 칠하면 15/16. 봐, 칠할 때마다 남은 빈 구석이 딱 절반씩 줄어들지.
이제 보이지. 빈 구석이 절반씩 줄어드니까, 끝없이 칠하면 그 구석은 0으로 사라져. 곧 정사각형이 딱 꽉 차. 정사각형 넓이가 1이었으니까, 1/2 더하기 1/4 더하기 1/8 더하기… 끝없이 더한 값이 정확히 1이다. 무한히 더했는데 무한대가 아니라 딱 1. 이게 오늘의 충격이야.
부분합으로 다시 확인
못 믿겠지? 나도 처음엔 그랬어. 그럼 중간까지 더한 값을 늘어놓고 어디로 가는지 보자. 이렇게 몇 개까지 더한 값을 부분합이라고 해. 말 그대로 부분만 더한 합이야.
- 1개까지: 1/2
- 2개까지: 3/4
- 3개까지: 7/8
- 4개까지: 15/16
- 5개까지: 31/32
규칙 보이지? 1보다 딱 얼마 모자란가를 봐. 1/2, 1/4, 1/8, 1/16, 1/32. 모자란 양이 절반씩 줄잖아. 그러니까 더 더할수록 1에 바짝 붙되 1을 넘지는 않아. 여기서 딱 하나 조심해. 아무리 많이 더해도 부분합이 1에 정확히 닿는 순간은 없어. 늘 아주 조금 모자라. 그런데 그 모자란 양이 0을 향해 한없이 줄어들지. 그래서 부분합이 다가가는 목적지가 딱 1인 거야. 도달하는 게 아니라 다가가는 목적지가 1. 이렇게 부분합이 어떤 값에 한없이 다가가는 걸 수렴한다고 말한다. 이 급수는 1로 수렴하는 거야. 수직선에 찍어 보면 이렇다.
봐, 이건 외우는 게 아니라 방금 눈으로 확인한 거야. 모자란 양이 절반씩 줄어드니까 결국 0이 된다. 그게 다야.
수렴과 발산이 갈리는 자리
그럼 끝없이 더하면 항상 유한한 값이 나오나? 아니야.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데, 딱 잡아줄게. 핵심은 항이 얼마나 빨리 작아지느냐야.
쉬운 반례 하나. 1 더하기 1 더하기 1 더하기… 항이 안 줄고 계속 1이면? 당연히 끝없이 커져서 무한대로 가. 이렇게 어떤 값에도 모이지 못하고 한없이 커지거나 흩어지는 걸 발산한다고 해. 우리 정사각형이 1로 모인 건, 항이 1/2, 1/4, 1/8로 충분히 빨리 작아졌기 때문이야. 작아지는 속도가 관건인 거지. 수렴과 대조해서 보면 발산은 이런 계단이야.
아까 아킬레스로 돌아가면 딱 맞아떨어져. 아킬레스가 거북을 따라잡기까지 거치는 거리 조각들도 이렇게 점점 작아지는 줄이었어. 조각이 무한히 많아도 다 더하면 유한한 거리. 그래서 아킬레스는 유한한 시간에, 유한한 거리에서 거북을 딱 따라잡아. 제논의 역설은 이렇게 풀린다. 무한 번이 무한히 오래는 아니었던 거야.
이름 풀이: 급수, 수렴, 발산
이름도 풀어두자. 무섭게 생겼어도 뜻은 순하다. 수열의 항을 죽 더한 것을 급수(級數)라고 해. 등급 급(級)에 수 수(數)야. 수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더한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된다. 특히 끝없이 더하는 급수를 무한급수라고 부르고.
수렴(收斂)은 거둘 수(收)에 거둘 렴(斂). 둘 다 흩어진 걸 한데 거두어 모은다는 뜻이야. 부분합이 한 값으로 모여드는 걸 딱 그려주는 이름이지. 발산(發散)은 그 반대야. 필 발(發)에 흩을 산(散). 한 점으로 모이지 못하고 사방으로 퍼져 흩어진다는 뜻이다. 모이면 수렴, 흩어지면 발산. 이름이 이미 다 말해주잖아.
예시 문제
자, 오늘 배운 거 손에 익혀보자. 무한히 더하는 거 무섭다고? 방금 정사각형으로 눈으로 봤잖아. 그 그림 하나 들고 두 문제만 같이 풀어보자.
문제 1. 1/2 더하기 1/4 더하기 1/8… 이렇게 반씩 줄여가며 6개까지 더하면 얼마일까? 그리고 그 값은 1보다 얼마나 모자랄까?
정사각형 그림 떠올리면서 직접 해봐. 풀이 간다.
풀이. 본문에서 봤지. 1개까지 1/2, 2개까지 3/4, 3개까지 7/8이었어. 규칙이 뭐였냐면, 1보다 모자란 양이 매번 절반씩 줄어드는 거였지. 1개면 1/2 모자라고, 2개면 1/4 모자라고, 3개면 1/8 모자라고. 그러니 6개까지 더하면 모자란 양은 절반을 여섯 번 줄인 값, 곧 1/64이야. 정사각형에서 아직 안 칠한 빈 구석이 1/64이라는 뜻이지. 그럼 칠한 넓이는 1에서 1/64을 뺀 63/64야. 그러니까 6개까지의 부분합은 63/64이고, 1보다 1/64 모자라. 봐, 더할수록 1에 바짝 붙지? 근데 아직 안 닿았어. 딱 1/64만큼 모자라니까.
문제 2. 개구리가 2미터 앞의 벽을 향해 뛴다. 처음엔 벽까지 남은 거리의 절반인 1미터를 뛰고, 다음엔 또 남은 거리의 절반인 0.5미터, 그다음 또 절반인 0.25미터… 이렇게 매번 남은 거리의 절반씩 끝없이 뛰면, 개구리는 결국 어디에 다다를까?
이거 어디서 본 얘기 같지? 아킬레스랑 거북 생각하면서 풀어봐. 풀이 간다.
풀이. 개구리가 뛴 거리를 죽 더해보자. 1 더하기 0.5 더하기 0.25 더하기… 이거 반씩 줄어드는 그 줄이랑 똑같아. 처음 1을 뛰면 벽까지 1미터 남고, 그 절반 0.5를 뛰면 0.5미터 남고, 또 절반을 뛰면 0.25미터 남고. 남은 거리가 매번 절반씩 줄지? 끝없이 뛰면 이 남은 거리가 0으로 사라져. 곧 뛴 거리를 다 더하면 정확히 2미터, 벽에 딱 다다르는 거야. 여기서 딱 하나 조심해. 유한 번 뛰어서는 벽에 절대 안 닿아. 늘 조금 남지. 그런데 그 남는 양이 0을 향해 한없이 줄어드니까, 다가가는 목적지가 딱 2미터인 거야. 이게 제논이 함정에 빠졌던 바로 그 자리다. 무한 번 뛰어도 다 더하면 유한한 거리, 개구리는 벽에 다다른다. 봐, 무섭던 무한이 별거 아니지?
정리
오늘 하나만. 끝없이 더한다고 무조건 무한대가 되는 게 아니다. 항이 충분히 빨리 작아지면, 무한히 더해도 어떤 값에 수렴한다. 1/2 더하기 1/4 더하기 1/8을 끝없이 더하면 정확히 1이야. 정사각형을 반씩 채우면 결국 꽉 차는 거, 그거 하나면 다 설명돼. 봐, 별거 아니지?
그런데 방금 우리가 슬쩍 쓰고 넘어간 말이 하나 있어. 한없이 다가간다. 1에 닿지도 않으면서 한없이 다가간다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닿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값이 1이라고 하지? 다음 편에서 이 다가감을 다루는 언어, 극한을 잡는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 시리즈 거의 다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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