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열 (3) 극한, 다가감을 다루는 언어

시리즈 쉬운 수열 3 / 3
  1. 1쉬운 수열 (1) 수열, 규칙으로 줄 세운 수
  2. 2쉬운 수열 (2) 끝없이 더했는데 유한하다
  3. 3쉬운 수열 (3) 극한, 다가감을 다루는 언어
쉬운 수열 (3) 극한, 다가감을 다루는 언어

0.999…가 1이랑 정확히 같다면, 믿겠어? 소수점 뒤로 9가 끝없이 이어지는 그 수 말이야. 1에 가깝다도 아니고 정확히 1이래. 지금 갸우뚱했다면 그게 정상이야. 그런데 이거, 오늘 극한이라는 눈만 쥐면 저절로 풀려.

겁먹진 마. 극한, 리미트니 하는 기호부터 나오면 머리 하얘지는 그거 맞아. 근데 알고 보면 어려운 기호가 아니라 딱 이 한 문장이야.

극한은 값에 닿느냐가 아니라, 한없이 다가가는 목적지를 가리킨다.

이게 전부다. 닿았냐 안 닿았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어디로 다가가고 있느냐를 보는 거야. 사실 이건 지난 편에서 1/2, 1/4, 1/8을 끝없이 더한 값이 1에 닿지는 않으면서 한없이 다가간다고 했던, 바로 그 다가감을 다루는 말이기도 해. 왜 이런 눈이 필요했는지부터 천천히 가자.

닿지 않는데 다가간다는 말

옛날 사람들도 이게 골칫거리였어. 반씩 남는 거리를 끝없이 가는 아킬레스, 반씩 채워지는 정사각형. 값은 분명 1 쪽으로 가는데, 딱 1에 도착하는 순간이 없어. 항상 조금 모자라. 그럼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지? 도착 안 했으니까 1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그건 좀 억울하잖아. 이렇게 바짝 다가가는데.

여기서 사람들이 생각을 바꿨어. 도착했느냐를 따지지 말고, 어디로 다가가고 있느냐를 말하자고. 목적지가 어디인지만 딱 짚으면 되잖아. 그 다가가는 목적지를 가리키는 말이 극한 (limit)이야.

동생: “닿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게 그 값이야?”

누나: “닿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계속 가면 어디로 가는지, 그 목적지가 어디냐가 중요한 거야.”

동생: “그러니까 도착 말고 방향을 보는 거네?”

누나: “바로 그거야. 그 목적지가 극한이야.”

그림으로 보면 이렇다.

목표선 (극한값)1닿지 않고 다가감한없이 나아갈수록 →
함수(또는 수열)의 값이 목표선에 한없이 다가가지만 결코 닿지는 않는다. 남은 간격이 0으로 줄 뿐, 목표선 위에 찍히는 점은 없다. 그 목표선이 극한이다.

0.999…는 왜 1인가

이 얘기를 하면 꼭 시비 붙는 게 하나 있어. 0.999… 말이야. 9가 끝없이 이어지는 이 수. 많은 사람이 이게 1보다 아주 조금 작다고 우겨. 1에 못 미치는 것 같잖아. 미리 잡아줄게. 0.999…는 1이야. 아주 가까운 게 아니라 정확히 같아. 왜 그런지 극한으로 납득해 보자.

9를 하나씩 늘려가며 값을 보자. 이게 지난 편에서 본 부분값이랑 똑같은 얘기야.

  • 0.9 는 1보다 0.1 모자라
  • 0.99 는 1보다 0.01 모자라
  • 0.999 는 1보다 0.001 모자라
  • 0.9999 는 1보다 0.0001 모자라

모자란 양 보이지? 0.1, 0.01, 0.001. 십분의 일씩 줄어들어. 9를 끝없이 이어 붙이면 이 모자란 양은 0으로 사라져. 곧 다가가는 목적지가 딱 1이야. 그러니까 9가 무한히 이어진 0.999…는, 그 목적지인 1과 같은 값이다. 수직선에 찍어 보면 이렇다.

011로 수렴0.90.990.999
0.9, 0.99, 0.999를 수직선에 찍으면 1에 점점 다가간다. 1까지 남은 간격이 0.1, 0.01, 0.001로 1/10씩 줄되, 1에 닿는 점은 없다.

못 믿겠으면 이렇게도 보자. 1을 3으로 직접 나눠 봐. 0.333…이 나오지. 그럼 그걸 3배 하면? 0.333…에 3을 곱하면 0.999…야. 그런데 1을 3으로 나눈 걸 다시 3배 했으니 당연히 1이지. 그러니까 0.999…는 1이다. 봐, 두 길로 왔는데 같은 곳에 도착했지. 이게 극한이 주는 안심이야. 닿는 순간을 못 찾겠어도,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이렇게 딱 짚을 수 있어.

다가가는 목적지 = 1다가갈수록 바짝 붙는다단계 (1, 2, 3, ...)
계단이 한 칸씩 오를수록 목표선(값 1)에 바짝 붙는다. 닿는 순간은 없지만 다가가는 목적지는 분명히 1, 그 목적지가 극한이다.

미분도 정적분도 사실 극한이었다

이제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나온다. 이 극한, 사실 너 이미 만난 적 있어. 미적분에서.

미분 기억나? 순간의 빠르기를 구할 때, 시간 구간을 0으로 나눌 수는 없으니까 대신 구간을 0에 한없이 좁혀가면서 값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봤잖아. 그 다가가는 목적지, 그게 바로 극한이었어. 미분은 구간을 0으로 보내는 극한이야.

정적분도 똑같아. 곡선 아래 넓이를 잴 때, 직사각형 조각을 무한히 잘게 잘라 더했지. 조각을 한없이 얇게 만들며 어림값이 어디로 가는지 봤고. 그 목적지가 참값, 곧 정적분이었어. 정적분은 조각을 무한히 잘게 자르는 극한이지.

봐, 미적분에서 어렵게만 보이던 그 기호들 뒤에 있던 게 결국 오늘 배운 극한 하나였어. 구간을 0으로, 조각을 무한히 잘게. 표현만 달랐지 하는 일은 똑같아. 어떤 값에 한없이 다가가면서 그 목적지를 잡는 것. 그게 극한이고, 미적분은 그 극한 위에 세워진 집이야.

이름 풀이: 극한과 limit

이름도 딱 맞아떨어져. 극한(極限)은 다할 극(極)에 한계 한(限)이야. 끝까지 다다른 한계, 곧 더 갈 수 없는 가장자리라는 뜻이지. 값이 한없이 다가가 다다르는 그 가장자리를 가리키니 이름 그대로다.

서양 말도 뿌리가 같아. 극한을 뜻하는 영어 limit은 라틴어 리메스(limes)에서 왔는데, 이건 밭과 밭 사이의 경계, 곧 가장자리 선을 뜻하는 말이었어. 동양이든 서양이든 극한을 가장자리, 경계로 본 거야. 다가가서 다다르는 경계선. 참 잘 지은 이름이지. 이런 한자어 역시 근대에 서양 수학이 일본을 거쳐 들어오며 옮긴 번역어라, 뜻만 알면 하나도 안 무섭다.

예시 문제

극한 눈 하나 쥐었으니 직접 써보자. 0.999…가 1이라는 거, 방금 납득했지? 그 눈으로 두 문제만 풀어보자. 겁먹을 거 하나 없어.

문제 1. 0.999…가 1과 같다면, 2.999…는 얼마일까? 소수점 뒤로 9가 끝없이 이어지는 그 수 말이야.

잠깐 생각해봐. 어렵게 볼 거 없어. 풀이 간다.

풀이. 2.999…를 두 조각으로 쪼개보자. 앞의 2랑, 소수점 아래 0.999…로. 그러니까 2.999…는 2 더하기 0.999…야. 그런데 0.999…는 방금 봤듯이 정확히 1이지. 그러니 2 더하기 1은 3이야. 곧 2.999…는 3이다. 부분값으로 확인해도 똑같아. 2.9는 3보다 0.1 모자라고, 2.99는 0.01 모자라고, 2.999는 0.001 모자라. 모자란 양이 0으로 사라지니까 다가가는 목적지가 딱 3이지. 닿는 순간은 없어도 목적지는 3이야. 봐, 0.999…가 1이라는 것 하나 알면 이런 게 줄줄이 풀려.

문제 2. 그럼 이건 어때. 0.999…9 이렇게 9를 딱 100개만 쓰고 멈춘 수, 이건 1일까 아닐까? 9가 무려 100개나 되니까 1이라고 해도 될 것 같지?

이거 함정이야. 조심해서 풀어봐. 풀이 간다.

풀이. 결론부터. 9가 100개면 1이 아니야. 1보다 아주아주 조금 작아. 왜냐고? 극한은 닿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다가가느냐였지. 그런데 9가 100개면 거기서 딱 멈춘 거잖아. 끝이 있는 거야. 9를 100개 쓴 수는 1보다 정확히 10분의 1을 100번 곱한 만큼 모자라. 엄청 작지만 0은 아니지. 그러니 1에 안 닿았어. 1이 되려면 9가 끝없이, 무한히 이어져야 해. 그래야 모자란 양이 0으로 사라지면서 목적지가 1이 되거든. 여기가 많이들 헷갈리는 자리야. 9가 아무리 많아도 유한하게 멈추면 1보다 작고, 오직 끝없이 이어질 때만 그 목적지인 1과 같아진다. 닿지 않고 다가간다는 말, 이래서 무한이 중요한 거였어. 봐, 극한을 제대로 쥐면 이 함정에도 안 빠지지?

정리: 수열에서 미적분까지 한 줄로

세 편을 한 줄로 묶어줄게. 수열은 규칙을 가진 수의 줄이고(1편), 그 줄을 끝없이 더한 무한급수는 점점 작아지는 항이면 어떤 값에 수렴하며(2편), 그 다가가는 목적지를 가리키는 말이 극한이다(3편). 그리고 그 극한 위에 미분과 정적분이 서 있어. 봐, 새로 외운 공식 하나 없이 여기까지 왔지?

극한이라는 말에 데었던 사람, 이제 좀 억울하지? 닿느냐 마느냐로 겁먹을 필요 없었어. 계속 가면 어디로 가는지, 그 목적지만 짚으면 되는 거였잖아. 반씩 채워지는 정사각형도, 9가 끝없이 이어지는 0.999…도, 순간의 빠르기도, 곡선 아래 넓이도, 전부 이 하나로 통했어. 어려운 기호 뒤에는 늘 한없이 다가가는 목적지라는 쉬운 그림이 숨어 있어. 그러니까 수학한테 겁먹었던 사람, 원래 네가 할 수 있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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