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삼각함수 (2) 단위원, 90도 너머로
시리즈 쉬운 삼각함수 2 / 3
- 1쉬운 삼각함수 (1) 삼각비, 각 하나로 정해지는 변의 비율
- 2쉬운 삼각함수 (2) 단위원, 90도 너머로
- 3쉬운 삼각함수 (3) 회전을 옆에서 보면 파동이다

직각삼각형으로 각을 잰다는 건, 뒤집어 보면 좀 답답한 얘기야. 삼각형이 그려지는 각까지만 된다는 뜻이거든. 각이 0도에서 90도 사이여야 직각삼각형이 만들어지잖아. 그럼 120도처럼 90도를 넘는 둔각은? 한 바퀴 빙 돌아버린 각은? 마이너스 각은? 삼각형이 아예 안 그려지니까 지난 편 방식으론 잴 수가 없어. 삼각비 하나는 잡았는데(1편), 딱 여기서 막혀.
오늘 그 벽을 넘는다. 도구는 딱 하나, 반지름 1인 동그라미야. 이름은 단위원 (unit circle)이라고 거창하게 부르는데 겁먹지 마. 그냥 반지름이 1인 원, 그게 다야. 오늘 문장도 하나.
단위원 위 한 점의 좌표 (x, y)가 그대로 (코사인, 사인)이다.
무슨 소린가 싶지? 근데 지난 편 삼각비랑 완벽하게 이어져. 새로운 거 하나도 없어. 천천히 가보자.
반지름을 1로 잡으면
원 중심에 점을 찍고, 거기서 반지름을 하나 그어. 그 반지름이 가로축과 이루는 각을 θ라 하자. 반지름 끝점에서 가로축으로 수직선을 뚝 떨어뜨리면? 직각삼각형이 하나 생겨. 빗변은 반지름, 밑변은 가로로 간 거리, 높이는 세로로 올라간 거리. 어? 이거 지난 편 그 직각삼각형이잖아.
자, 여기서 반지름을 1로 딱 정하는 게 핵심이야. 왜 하필 1이냐? 빗변이 1이면 나눗셈이 사라지거든. 지난 편에서 사인 (sine)은 높이를 빗변으로 나눈 값이었지. 근데 빗변이 1이면 높이 나누기 1, 그냥 높이야. 코사인 (cosine)은 밑변을 빗변으로 나눈 값인데 밑변 나누기 1, 그냥 밑변이고. 봐, 빗변을 1로 잡았더니 사인이 높이 그 자체, 코사인이 밑변 그 자체가 됐어. 나눌 것도 없이 깔끔해졌지.
동생: “빗변을 1로 정해도 돼? 맘대로 정하는 거야?”
누나: “응, 비율만 보는 거라 크기는 내 맘대로 정해도 돼. 지난 편에서 크기 키우고 줄여도 비율은 그대로랬잖아. 그럼 제일 편한 크기, 반지름 1로 잡는 거지.”
좌표가 곧 코사인과 사인
이제 좌표를 붙여보자. 원의 중심을 원점, 그러니까 (0, 0)에 두자. 그럼 반지름 끝점이 원 위의 한 점이 되지. 그 점의 위치를 좌표로 적으면 (가로로 간 거리, 세로로 올라간 거리)야. 방금 봤지? 가로로 간 거리는 코사인, 세로로 올라간 거리는 사인. 그러니까 그 점의 좌표가 그냥 (코사인 θ, 사인 θ)인 거야.
이게 오늘의 문장이야. 단위원 위 점의 좌표가 곧 코사인과 사인. 삼각비를 삼각형 안에 가둬두지 말고, 원 위 점의 좌표로 바꿔 읽는 거지. 별거 아니지? 빗변을 1로 잡은 것 하나 때문에 이렇게 깔끔해진 거야.
90도 너머로
여기가 오늘의 진짜 목적이야. 삼각형은 90도 넘으면 안 그려졌지. 근데 원 위의 점은 90도가 뭐야, 한 바퀴를 다 돌아도 멀쩡히 잘 있어. 점을 원을 따라 왼쪽 위로 더 돌려봐. 각이 90도를 넘어 120도, 150도가 돼도 점은 원 위 어딘가에 그대로 있지. 그 점의 좌표는? 여전히 있어. 그래서 그 좌표를 그대로 코사인, 사인으로 삼는 거야. 삼각형으로는 못 갔던 데를 원은 아무렇지 않게 가.
이때 좌표에 부호가 생겨. 점이 왼쪽으로 가면 가로 좌표가 음수니까 코사인이 음수, 아래로 내려가면 세로 좌표가 음수니까 사인이 음수야. 예를 들어 딱 왼쪽 끝(180도)에 점이 오면 좌표가 (-1, 0)이니까 코사인은 -1, 사인은 0이지. 봐, 90도 너머 값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정해져. 삼각비 때는 상상도 못 하던 음수 값이, 원에선 그냥 좌표 부호로 나오는 거야. 이게 원으로 넓힌 이유야. 이제 삼각함수는 모든 각에서 값을 가져. 각을 넣으면 원 위 점 하나가 정해지고, 그 좌표가 답이야. 아래를 봐.
라디안, 각을 길이로 재기
각을 재는 방법 얘기를 잠깐 하고 가자. 우리는 보통 각을 도(°)로 재지. 한 바퀴가 360도. 근데 이 360이라는 숫자, 사실 사람이 정한 거야. 옛날에 한 해를 360일쯤으로 보고 나눴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딱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수는 아니야.
수학에서는 각을 좀 더 자연스럽게 재는 방법을 써. 각을 그 각이 원에서 잘라내는 호의 길이로 재는 거야. 반지름 1인 원에서, 어떤 각이 잘라낸 호가 얼마나 긴지로 각을 나타내. 이 방식이 라디안 (radian)이야.
왜 이게 자연스럽냐면, 반지름 1인 원의 둘레는 2π거든. 원 둘레가 2 곱하기 파이 곱하기 반지름인데 반지름이 1이니까 2π. 그러니까 한 바퀴를 다 돌면 호의 길이도 2π야. 즉 한 바퀴 = 360도 = 2π 라디안. 반 바퀴는 π, 직각은 π/2고. 삼각함수 그래프나 공식에서 π가 툭툭 튀어나오는 게 이래서야. 각을 도가 아니라 호의 길이로 재기로 하면, 원의 둘레에 들어 있는 π가 딸려 나오는 거지. 지금은 이 정도만. π가 왜 거기 있나 싶을 때 아, 각을 길이로 쟀구나 하면 돼. 그림으로 보면 이렇다.
이름 풀이
라디안은 방금 봤듯 반지름에서 왔어. 반지름을 영어로 radius라고 하는데, 반지름 길이를 기준으로 각을 잰다고 해서 radian이라는 이름이 붙었어. 반지름 하나 길이만큼의 호가 만드는 각이 1라디안이야. 이름에 반지름이 그대로 들어가 있지.
이제 코사인 차례야. 지난 편에서 미뤄뒀지. 코사인의 코(co-)는 짝, 보충이라는 뜻이야. 뭐의 짝이냐면, 직각삼각형에서 한 각이 θ면 나머지 한 각은 90도에서 θ를 뺀 각이지. 직각 말고 두 각을 더하면 90도니까. 이 남은 각을 여각이라고 해.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각의 코사인이 그 여각의 사인이랑 딱 같아. 그래서 여각의 사인, 라틴어로 complementi sinus를 줄여서 코사인이라 부른 거야. 코사인은 사인의 짝꿍이라는 뜻이 이름에 박혀 있는 셈이지. 외울 필요 없어, 이름이 이미 다 설명하고 있잖아.
예시 문제
이제 네가 직접 원 위에 점을 찍어볼 차례야. 겁낼 것 없어. 오늘 한 거 딱 하나잖아. 각을 주면 원 위 점이 하나 정해지고, 그 점의 좌표가 그대로 (코사인, 사인)이다. 그거 그대로 써먹으면 돼.
문제 1. 단위원 위에서 각이 270도인 점을 생각해봐. 이 점의 좌표는 뭘까? 그러니까 cos 270도랑 sin 270도는 각각 얼마일까?
직접 한번 찍어보고 내려와. 풀이 간다.
풀이. 270도가 어디냐부터 보자. 0도가 오른쪽 끝, 90도가 맨 위, 180도가 왼쪽 끝이었지. 거기서 90도 더 돌면 270도, 원의 맨 아래야. 자, 맨 아래 점은 어디 있어? 좌우로는 한가운데니까 가로 좌표가 0이고, 세로로는 제일 아래까지 내려갔으니 -1이야. 반지름이 1이라 딱 -1까지 내려가지. 그러니까 좌표가 (0, -1)이야. 그리고 좌표가 곧 (코사인, 사인)이랬으니까 cos 270도 = 0, sin 270도 = -1이다. 삼각형이었으면 270도는 그릴 수조차 없었어. 근데 원에선 그냥 맨 아래 점 하나로 끝났지? 답, 좌표 (0, -1), cos 270도 = 0, sin 270도 = -1.
하나 더 가자. 이번엔 각을 도 대신 라디안으로 줄게. 아까 각을 호의 길이로 재는 거라고 했지. 겁먹지 말고 한 바퀴가 2π라는 것만 붙잡아.
문제 2. π/2 라디안은 몇 도일까? 그리고 단위원에서 그 각에 해당하는 점의 좌표는?
직접 한번 해보고 내려와. 풀이 간다.
풀이. 기준은 하나야. 한 바퀴 = 360도 = 2π 라디안. 그럼 π/2는 2π의 몇 분의 몇이야? π/2를 2π로 나누면 4분의 1이지. 그러니까 π/2 라디안은 한 바퀴의 4분의 1, 곧 360도의 4분의 1인 90도야. 90도면 원의 어디? 맨 위지. 맨 위 점은 가로로는 한가운데라 0, 세로로는 꼭대기까지 올라가 1이니까 좌표가 (0, 1)이야. 좌표가 곧 (코사인, 사인)이니 cos은 0, sin은 1이고. 봐, 라디안이라고 별거 아니지? 한 바퀴가 2π라는 것만 알면 도로 바꿔 읽을 수 있어. 답, π/2 라디안 = 90도, 좌표 (0, 1).
정리
오늘 딱 하나. 단위원, 그러니까 반지름 1인 원 위 점의 좌표가 그대로 (코사인, 사인)이다. 빗변을 1로 잡았더니 사인이 높이, 코사인이 밑변 그 자체가 됐고, 그걸 원 위 점의 좌표로 읽은 거야. 이 한 걸음 덕분에 90도도, 180도도, 마이너스 각도도 전부 좌표 부호로 값이 나와. 삼각형에 갇혀 있던 삼각비가 온 세상 모든 각으로 풀려난 거지.
봐, 원 하나 그렸을 뿐인데 벽이 사라졌지? 이제 마지막 한 걸음 남았어. 이 점이 원을 빙글빙글 돌 때, 그 움직임을 옆에서 쭉 펴서 보면 뜻밖의 게 나와. 물결이야. 다음 편에서 회전이 어떻게 파동이 되는지 보자. 아, 1편이 가물가물하면 잠깐 다시 보고 와도 좋아. 여기까지 왔으면 삼각함수의 절반 이상은 네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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