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벡터 (3) 내적, 두 화살표가 얼마나 같은 방향인가

시리즈 쉬운 벡터 3 / 4
  1. 1쉬운 벡터 (1)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가진 화살표다
  2. 2쉬운 벡터 (2) 벡터 더하기, 화살표를 이어 붙이기
  3. 3쉬운 벡터 (3) 내적, 두 화살표가 얼마나 같은 방향인가
  4. 4쉬운 벡터 (4) 기저와 선형결합, 벡터로 공간을 짓다

두 힘이 얼마나 같은 방향을 보는지, 그건 어떻게 하나의 수로 잴까? 상자를 미는 두 손이 서로 얼마나 손발이 맞는지, 화살표 둘이 같은 쪽을 겨누는지 어긋나는지, 이걸 숫자 하나로 딱 뽑아낼 수 있을까? 지난 편까지 배운 더하기로는 이게 안 돼. 그래서 오늘 새 도구를 하나 꺼낸다. 내적(內積)이야. 이름 딱딱하다고 지레 겁먹지 마. 오늘 가져갈 문장은 딱 하나다.

내적은 두 화살표가 얼마나 같은 방향을 보는지 재는 거다.

이게 전부야. 지난 편에서 벡터를 이어 붙여 더하고 늘였지. 여기까지 왔으면 벡터는 이제 무섭지 않을 거야. 그 위에 오늘은 방향이 얼마나 맞는지를 재는 자 하나를 더 얹는 거지.

동생: “무거운 상자를 앞으로 밀어서 옮겼어. 옆에서 친구가 도와줬는데.”

누나: “그 친구가 옆에서 옆으로만 밀었으면, 상자를 앞으로 옮기는 덴 하나도 도움이 안 됐어.”

동생: “힘을 줬는데도?”

누나: “방향이 이동이랑 안 맞으니까. 힘이 이동이랑 얼마나 같은 방향인지를 재는 게 내적이야.”

같은 방향일수록 크다

내적은 두 벡터를 넣으면 수 하나가 툭 나오는 셈이야. 그 수는 두 화살표가 얼마나 같은 쪽을 보느냐로 정해져. 같은 방향이면 값이 가장 크고, 방향이 벌어질수록 점점 작아진다. 딱 직각(90도)이면 0, 서로 반대쪽을 보면 음수야. 왜 그런지는 곧 그림자로 눈에 보여줄게.

ab같은 방향 → 큰 양수직각(90°) → 0반대 방향 → 음수
내적의 세 경우. 두 화살표(a는 파랑, b는 빨강)가 같은 방향이면 내적이 가장 큰 양수, 직각이면 0, 반대 방향이면 음수다.

여기서 딱 하나만 기억해. 두 벡터가 수직이면 내적은 0이다. 이거 하나면 돼. 이 사실이 대학 수학에서 끝도 없이 다시 나오거든. 두 방향이 아무 상관 없이 직각으로 갈라져 있다는 걸, 내적이 0이더라 하나로 바로 알아채기 때문이야.

그림자로 보기

내적이 뭔지 그림자로 보면 확 선명해져. 자 봐봐. 화살표 a가 놓인 방향에서 빛이 수직으로 내리쬔다고 하자. 다른 화살표 b가 a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겠지? 그 그림자 길이에 a의 길이를 곱한 게 내적이야. 이게 아까 하나로 재는 수의 정체다.

b가 a랑 같은 방향을 볼수록 그림자가 길어지고, 그만큼 내적도 커져. 반대로 b가 a랑 직각이면? 그림자가 한 점으로 쪼그라들어서 내적이 0이야. 아까 친구가 옆에서 옆으로만 밀면 상자 옮기는 데 보탬이 안 됐잖아. 그 이야기가 그림자가 0이라는 그림으로 그대로 나타나는 거지. 말이랑 그림이 딱 맞아떨어지지?

abθb의 그림자
b가 a 위에 드리우는 그림자(노란 구간)의 길이에 a의 길이를 곱한 게 내적이다. 두 화살표가 같은 방향일수록 그림자가 길고, 직각이면 그림자가 0이 된다.

숫자로는 짝끼리 곱해 더한다

그림자를 매번 그릴 순 없으니 숫자로 구하는 법도 있어. 이게 더 쉬워. 성분끼리 곱해서 더하면 돼. (a, b)와 (c, d)의 내적은 ac + bd야. 오른쪽 성분끼리 곱하고, 위쪽 성분끼리 곱해서 합치는 거지.

예를 들어 (3, 4)와 (4, 0)의 내적은 3 곱하기 4에 4 곱하기 0을 더해서 12야. 신기한 게 뭐냐면, 이 간단한 곱셈 더하기가 앞에서 그림자로 본 값이랑 정확히 같아. 한번 맞춰볼까? (3, 4)의 길이는 5, (4, 0)의 길이는 4니까 둘을 곱하면 20이지. 여기에 방향이 얼마나 맞는지(cos)를 곱해서 12가 되려면 그 값이 0.6이어야 해. 그림으로 가든 숫자로 가든 같은 값에 딱 닿는다. 외우지 마, 두 길이 곱한 뒤 방향 맞는 만큼 깎는다는 뜻만 잡으면 돼.

말이 미덥지 않으면 직접 돌려 봐. 아래 슬라이더로 두 화살표 사이 각을 바꾸면, 그림자랑 내적 값이 실시간으로 바뀐다. 같은 방향에서 최대, 직각에서 0, 반대에서 음수가 되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내적 a·b = 12.7 · 같은 쪽을 봄(양수)

두 화살표 사이 각을 바꿔 보자. 같은 방향일수록 그림자가 길고 내적이 크며, 직각이면 0, 반대쪽이면 음수가 된다.

실생활: 일, 그리고 닮음

어디 쓰이냐고? 물리에서 일(work)이 바로 내적이야. 한 일은 힘과 이동의 내적, 곧 힘이 이동 방향으로 얼마나 실렸느냐로 정해져. 무거운 가방을 들고 수평으로 걸어 봐. 중력은 아래로 당기는데 이동은 옆이니까 둘이 직각이지? 그래서 중력이 한 일은 0이야. 땀 뻘뻘 흘리며 걸어도 물리에서 말하는 일로는 0인 게, 바로 이 직각 때문이다. 어때, 아까 직각이면 0이라던 게 여기서 그대로 나오지?

두 방향이 얼마나 닮았는지 잴 때도 내적이 쓰여. 두 화살표가 비슷한 쪽을 볼수록 내적이 크다는 성질, 그걸 그대로 써먹는 거야. 성향이나 취향을 화살표로 놓고 얼마나 닮았는지 재는 데 말이지. 방향의 닮음을 하나의 수로 딱 뽑아주는 게 내적의 힘이야.

이름 풀이: 내적

내적(內積)은 안 내(內)에 곱 적(積), 곧 안쪽 곱이라는 말이야. 이름 어렵게 볼 것 없어. 두 벡터에서 안으로 들어가 스칼라 하나를 뽑아내는 곱이라 이런 이름이 붙은 거다. 영어로도 inner product(안쪽 곱)이고, a·b의 가운데 점을 따서 dot product(점 곱)라고도 불러. 짝을 이루는 바깥 곱, 곧 외적(外積)도 있는데 그건 3차원 화살표에서 새 화살표를 만드는 이야기라 여기서는 접어둘게. 지금은 안쪽 곱 하나면 충분해.

예시 문제

자, 내적은 성분끼리 곱해 더한다, 수직이면 0이다. 이 둘만 손에 쥐고 직접 풀어보자. 어려울 것 없어. 두 개만 하자.

문제 1. 두 벡터 (2, 5)와 (3, 1)의 내적을 구해봐. 성분끼리 곱해서 더하면 돼.

직접 한번 해보고 내려와. 풀이 간다.

풀이. 오른쪽 성분끼리 곱하고, 위쪽 성분끼리 곱해서 더하는 거였지. 오른쪽끼리는 2 곱하기 3, 곧 6. 위쪽끼리는 5 곱하기 1, 곧 5. 둘을 더하면 6 더하기 5, 11이야. 답은 11.

문제 2. 화살표 (3, 4)랑 (4, −3)이 있어. 눈으로는 이 둘이 직각인지 아닌지 잘 안 보이지? 내적을 구해서 두 화살표가 수직인지 아닌지 알아내봐.

이게 내적의 진짜 쓸모야. 직접 구해보고 내려와.

풀이. 성분끼리 곱해 더해보자. 오른쪽 성분은 3 곱하기 4, 곧 12. 위쪽 성분은 4 곱하기 −3, 곧 −12. 더하면 12 더하기 −12, 0이야. 내적이 0이 나왔지. 내적이 0이면 두 화살표는 수직이라고 했잖아. 그러니 이 둘은 직각으로 갈라져 있는 거야. 그림도 안 그리고, 각도도 안 재고, 성분 곱해 더한 것 하나로 수직인 걸 알아챈 거지. 이게 내적이 0이면 수직이라는 사실의 힘이야. 답은 내적 0, 두 화살표는 수직이다.

정리

오늘 것도 한 줄로. 내적은 두 화살표가 얼마나 같은 방향을 보는지를 수 하나로 재는 셈이야. 같은 방향이면 크고, 직각이면 0, 반대면 음수. 그림자로 보면 그림자 길이에 크기를 곱한 거고, 숫자로는 성분끼리 곱해 더한 거지. 봐, 별거 아니지? 이제 벡터를 더하고, 늘이고, 내적으로 견주는 것까지 다 왔어. 마지막으로 이 벡터들로 어떻게 공간 전체를 짓는지, 다음 편에서 보자. 대학 수학의 문턱이 딱 거기야. 여기까지 왔으면 넘고도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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