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라는 말: 확률이 정말 뜻하는 것

쿠폰 룰렛 이벤트를 하나 만들었다. 룰렛을 돌리면 10% 확률로 쿠폰이 당첨되는 이벤트고, 화면에 “당첨 확률 10%“라고 큼직하게 적어 내보냈다. 며칠 뒤 CS로 항의가 들어온다. “열 번이나 돌렸는데 한 번도 안 됐어요. 10%라면서요. 사기 아니에요?”
이 항의는 틀렸다. 그런데 왜 틀렸는지 그 자리에서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가 은근히 어렵다. 이 오해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 10% 같은 확률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이 글에서 짚는다.
10%는 “10번 중 1번"이 아니다
먼저 가장 흔한 오해부터. 10% 확률은 열 번 시도하면 그중 한 번이 반드시 나온다는 약속이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매 시도는 서로 독립이다. 앞의 아홉 번이 어떻게 나왔든, 열 번째 시도의 확률은 여전히 10%다. 시도들이 서로 기억을 주고받으며 “이제 슬슬 한 번 나와줘야지” 하고 정산하지 않는다. 그러니 열 번을 시도해도 한 번도 안 나오는 일은 얼마든지 벌어진다.
얼마나 자주 벌어질까. 계산해보면 나온다. 한 번 시도해서 안 나올 확률은 90%, 곧 0.9다. 열 번 연속으로 다 안 나오려면 0.9를 열 번 곱한다. 그 값이 약 0.35다. 열 번 시도했는데 한 번도 안 나올 확률이 35%나 된다는 뜻이다. 세 번에 한 번꼴로 겪는 지극히 평범한 일이다. 아까 룰렛을 열 번 돌리고도 한 번도 안 됐다는 그 항의는, 이상한 사건이 아니라 예상 범위 안이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다. 열 번 시도해서 한 번 이상 나올 확률은 나머지인 65%다. 딱 한 번만 나오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나오는 경우까지 다 뭉뚱그린 값이다. 그러니 “10%면 열 번에 한 번"이라는 문장은 보장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평균으로 치면 열 번에 한 번이 맞지만, 실제 열 번은 0번일 수도 3번일 수도 있다. 그게 다 정상이다.
그럼 10%는 정확히 무슨 뜻인가
10%가 열 번에 한 번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면 대체 뭘 뜻할까. 확률은 한 번의 시도가 아니라 아주 많이 반복했을 때 성립하는 말이다. 시도를 열 번, 백 번이 아니라 수만 번 반복하면, 나온 비율이 점점 10%에 가까워진다. 이걸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라고 부른다.
핵심은 “많이 반복하면"에 있다. 10%라는 값은 무한히 많은 시도를 상상했을 때의 장기적인 비율이지, 눈앞의 열 번짜리 표본에 대한 약속이 아니다. 표본이 작을수록 실제 비율은 10%에서 크게 벗어난다. 열 번에 0번이 나오기도 하고 3번이 나오기도 한다. 표본이 만 번쯤 되어야 비로소 9.7%, 10.3% 언저리로 얌전히 모인다.
그래서 작은 표본을 보고 확률을 읽으면 거의 항상 틀린다. A/B 테스트에서 하루치, 방문자 서른 명짜리 결과를 보고 “B안 전환율이 두 배네"라고 말하는 순간이 정확히 이 함정이다. 서른 명은 열 번짜리 룰렛과 다르지 않다. 그 두 배는 실력 차이가 아니라 그냥 작은 표본이 튄 것일 수 있다. 확률로 뭔가를 말하려면 충분히 큰 표본이 먼저다.
“이제 나올 때 됐다"는 착각
작은 표본 이야기에는 쌍둥이 오해가 붙어 다닌다.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다. 룰렛을 아홉 번 돌려 다 꽝이었으니, 열 번째는 이제 될 때가 됐다고 느끼는 그 마음이다.
앞에서 말한 그대로다. 매 시도는 독립이라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다. 아홉 번 연속 안 나왔다는 사실은 열 번째 확률을 조금도 끌어올리지 않는다. 열 번째도 여전히 10%다. 동전을 아홉 번 던져 다 앞면이 나왔어도 열 번째가 뒷면일 확률이 90%로 부풀지 않는 것과 같다. 확률은 빚을 지지 않고, 나중에 갚지도 않는다.
이 착각이 위험한 이유는 실험을 조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초반 몇 번이 나쁘게 나오면 “곧 반등하겠지” 하고 버티거나, 반대로 초반이 좋으면 “역시 이게 답이야” 하고 일찍 접는다. 둘 다 작은 표본의 소음을 신호로 착각한 것이다.
디자이너가 이걸 알아야 하는 이유
디자이너는 점점 더 자주 숫자로 말하는 자리에 선다. A/B 테스트 결과를 읽고, 전환율로 시안을 방어하고,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한다. 그 자리에서 확률을 오해하면, 좋은 디자인이 나쁜 숫자 해석에 발목을 잡힌다.
핵심은 하나다. 10% 같은 확률은 한 번의 시도나 작은 표본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아주 많이 반복했을 때의 장기적인 비율이다. 그래서 눈앞의 열 번, 서른 명이 튀는 걸 실력 차이로 오해하면 안 된다. 확률로 뭔가를 말하려면 충분히 큰 표본이 먼저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정확히는 숫자를 읽는 사람이 거짓말에 넘어간다. 확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면, 속을 일을 한 겹 줄일 수 있다.
확률을 숫자로 옮길 때 생기는 또 다른 혼선, 곧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를 뭉개는 문제는 다른 글에서 따로 다뤘다.
이 글, 어떠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