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곱하고 '또는'은 더한다: 확률의 두 기본 규칙

회원가입 흐름을 다시 설계했다. 이메일 입력 화면에서 다음 버튼까지 60%가 넘어오고, 거기서 본인 인증까지 다시 50%가 넘어온다. PM이 묻는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은 몇 퍼센트야?”

여기서 60과 50을 더해 110%라고 답하면 큰일이다. 100%가 넘는 전환율은 세상에 없다. 정답은 곱해서 30%다. 반대 상황도 있다. 이번 프로모션에 반응할 사람은 신규 가입자거나 휴면 복귀자인데, 신규가 20%, 복귀가 5%라고 하자. 둘 중 하나에 해당할 확률은? 이번엔 곱하지 않고 더해서 25%다.

같은 퍼센트를 두고 한 번은 곱하고 한 번은 더한다. 언제 곱하고 언제 더하는지는 외우면 된다. 그런데 이 글이 정말 답하려는 건 왜다. 왜 ‘그리고’는 하필 곱이고, ‘또는’은 하필 합일까. 이유를 보려면 곱셈과 덧셈이 원래 무엇을 세는 연산이었는지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가 곱인 이유: 경우가 격자로 불어난다

곱셈부터. 3 곱하기 2가 뭐였는지 떠올려보자. 2를 세 번 더한 것, 곧 2개짜리 묶음이 세 개다. 그림으로 그리면 가로 3칸 세로 2칸짜리 격자의 칸 수다. 곱셈은 원래 이렇게 격자의 칸을 세는 연산이다. 가로로 몇, 세로로 몇이면 칸은 그 둘을 곱한 만큼.

‘그리고’가 정확히 이 격자를 만든다. 동전을 두 번 던진다고 하자. 첫 번째 동전이 앞 아니면 뒤, 두 가지다. 그 각각에 두 번째 동전이 또 앞 아니면 뒤, 두 가지가 붙는다. 그래서 나올 수 있는 경우는 2 곱하기 2, 네 가지가 된다.

두 번째 동전첫 번째 동전앞앞앞뒤뒤앞뒤뒤
첫 동전 2가지 × 둘째 동전 2가지 = 네 칸. 둘 다 앞면(그리고)은 그중 한 칸이다.

둘 다 앞면인 경우는 이 네 칸 중 딱 한 칸이다. 그래서 확률이 4분의 1이다. 여기가 핵심이다. 우리는 2분의 1 곱하기 2분의 1을 하라고 외운 게 아니다. ‘그리고’로 두 번을 겹치니 경우가 2 곱하기 2 격자로 불어났고, 그 칸 수를 세는 게 원래 곱셈이라서 곱이 나온 것이다. 조건을 하나 더 걸 때마다 격자에 층이 하나씩 더 쌓이고, 칸 수는 그만큼 곱해진다. ‘그리고’가 곱인 이유는 이게 전부다.

비율로 옮겨도 똑같다. 격자를 잘게 쪼개 넓이로 보면, 가로가 전체의 60%, 세로가 그 안에서 다시 50%인 직사각형의 넓이는 0.6 곱하기 0.5, 곧 30%다. 칸을 세든 넓이를 재든, 두 조건을 겹치면 곱이다.

그래서 도입부의 퍼널이 곱이었다. 100명이 들어와 60%가 다음으로 넘어가면 60명, 그 60명의 50%가 인증까지 가면 30명이다. 두 번째 50%는 처음 100명이 아니라 살아남은 60명 기준이라는 게 핵심이다. 단계를 겹칠 때마다 격자가 한 층 더 쌓이는 것과 같아서, 비율이 곱해지며 좁아진다.

각 단계가 앞 단계를 통과한 사람 중에서 다시 비율을 떼기 때문에, 전환율은 더하는 게 아니라 곱하며 좁아진다

‘또는’이 합인 이유: 안 겹치는 칸을 모은다

이제 덧셈이다. 덧셈은 또 원래 뭘 하는 연산이었나. 사과 3개가 담긴 접시와 2개가 담긴 접시를 한 바구니에 부으면 5개. 덧셈은 따로 있던 것들을 한데 모아 세는 연산이다. 곱셈이 격자를 만드는 일이었다면, 덧셈은 무더기를 합치는 일이다.

‘또는’이 정확히 이 모으기다. 주사위를 한 번 던져 1 또는 2가 나올 확률을 보자. 나올 수 있는 눈은 여섯 가지, 곧 여섯 칸이다. 그중 1인 경우가 한 칸, 2인 경우가 한 칸이다.

주사위 한 번에 나올 수 있는 여섯 칸1234561의 칸 + 2의 칸 = 안 겹치는 2칸
여섯 칸 중 1의 칸과 2의 칸. 한 번에 1이면서 2일 수는 없으니 두 칸은 겹치지 않는다.

이 두 칸은 서로 겹치지 않는다. 주사위 한 번에 1이면서 동시에 2일 수는 없으니까. 겹치지 않는 두 칸을 한 무더기로 모으면 두 칸이고, 그래서 확률은 6분의 2, 곧 6분의 1 더하기 6분의 1이다. ‘또는’이 합인 이유가 이거다. 서로 안 겹치는 경우들이라 무더기를 그냥 합치면 되고, 무더기를 합쳐 세는 게 원래 덧셈이다.

프로모션도 똑같다. 한 사람이 신규이면서 동시에 복귀자일 수는 없다면, 신규 집단과 복귀 집단은 겹치지 않는 두 무더기다. 20%짜리 무더기와 5%짜리 무더기를 합치면 25%다. 안 겹치니까 그냥 더한다.

한 문장으로: 곱은 격자, 합은 무더기

두 이유를 나란히 두면 대칭이 보인다. ‘그리고’는 두 조건을 겹쳐 경우를 격자로 만들고, 격자의 칸을 세는 게 곱셈이라 곱한다. ‘또는’은 겹치지 않는 경우들을 무더기로 모으고, 무더기를 합쳐 세는 게 덧셈이라 더한다. 곱이냐 합이냐가 헷갈릴 때는 이걸 물으면 된다. 나는 지금 두 조건을 겹쳐 격자를 만들고 있나(곱), 아니면 안 겹치는 경우들을 모으고 있나(합).

방향도 반대다. 확률은 0과 1 사이의 값이라, 1보다 작은 두 수를 곱하면 결과는 둘 중 어느 것보다도 작아진다. 그래서 ‘그리고’로 조건을 겹칠수록 다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어진다(격자 속 한 칸). 반대로 겹치지 않는 무더기를 더하면 전체는 각 무더기보다 커진다. ‘또는’으로 경우를 늘릴수록 그중 하나라도 걸릴 가능성은 올라간다.

이건 관찰이 아니라 정의에서 나온다

한 가지 짚고 갈 게 있다. 방금 곱과 합의 이유를 동전과 주사위로 봤다. 그런데 이건 동전을 수백 번 던져보고 곱하면 맞더라고 알아낸 규칙이 아니다. 동전 그림은 증거가 아니라 삽화다. 사례가 두 개든 백 개든 규칙의 참·거짓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게 실험으로 알아낸 경험 법칙(귀납)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곱과 합이 참인 이유는 관찰이 아니라 말의 뜻에서 곧장 따라 나온다. 이런 걸 연역이라고 한다. ‘또는’이 합인 건 거의 정의 수준이다. 확률을 세울 때 겹치지 않는 경우들의 확률은 더한다를 아예 출발 규칙으로 깔고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가 곱인 것도, 서로 독립인 두 사건의 확률을 곱한다는 게 사실 독립이라는 말의 뜻 자체다. 앞 사건이 뒤에 영향을 주는 경우엔 곱셈이 조건부 확률의 정의에서 한 단계 계산으로 따라 나온다. 어느 쪽이든 세어보고 발견한 게 아니라 정의에서 떨어지는 결론이다.

그럼 이 이야기에서 관찰이 개입하는 곳은 어디일까. 딱 한 군데다. 이 규칙을 현실에 갖다 붙이는 순간이다. 이 진짜 동전이 정말 반반인지, 두 번의 던지기가 정말 서로 독립인지, 신규와 복귀가 정말 안 겹치는지는 세상을 관찰해야 아는 경험의 문제다. 수학은 독립이면 곱한다까지만 공짜로 보장하고, 눈앞의 그 동전이 그 전제를 만족하는지는 데이터가 답한다. 그래서 이어지는 함정 이야기는 사실 이 경계에 관한 것이다. 전제가 깨지면 연역도 같이 깨지니, 곱하기 전에 독립인지, 더하기 전에 안 겹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함정: 전제를 안 지키면 규칙이 깨진다

여기까지가 뼈대다. 그런데 두 규칙에는 각자 숨은 전제가 있고, 그 전제를 놓치면 답이 틀린다.

곱셈의 전제는 이렇다. 비율끼리 그냥 곱하려면 뒤 단계의 비율이 앞 단계를 통과한 집단 기준이어야 한다. 퍼널에서 두 번째 50%는 처음 100명이 아니라 살아남은 60명 기준이었다. 이미 이 조건이 지켜져 있어서 곱셈이 성립했다. 동전처럼 앞 사건이 뒤에 아무 영향을 안 주는 경우(독립)라면 이 기준을 신경 쓸 것도 없이 원래 비율을 그대로 곱하면 된다. 하지만 앞 사건이 뒤 확률을 바꾸는 경우라면, 뒤의 비율을 반드시 앞을 통과한 다음의 비율로 바꿔서 곱해야 한다.

덧셈의 전제는 겹치지 않음이다. 두 무더기가 겹치면 그냥 더하는 순간 겹친 부분을 두 번 세게 된다. 카드 한 장을 뽑아 하트이거나 그림카드(J, Q, K)일 확률을 보자. 하트는 13장, 그림카드는 12장이다. 그냥 더하면 25장이지만, 하트이면서 그림카드인 카드(하트 J, Q, K) 3장을 양쪽에서 한 번씩 세어 두 번 센 셈이다. 그래서 겹친 3장을 한 번 빼야 한다.

P(하트 또는 그림카드) = P(하트) + P(그림카드) − P(하트이면서 그림카드)
                      = 13/52 + 12/52 − 3/52
                      = 22/52

이걸 포함배제(inclusion–exclusion)라고 부른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뜻은 단순하다. 겹치는 걸 두 번 넣었으니 한 번 빼서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앞의 주사위와 프로모션에서 그냥 더할 수 있었던 건 칸이 서로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가 이걸 알아야 하는 이유

퍼널 전환율이 곱이라는 사실 하나가 실무에서 꽤 많은 걸 설명한다. 단계마다 비율을 곱하니, 단계가 늘수록 완주율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떨어진다. 각 단계가 80%로 제법 괜찮아 보여도, 다섯 단계를 거치면 0.8을 다섯 번 곱해 약 33%밖에 안 남는다. 단계 하나를 줄이거나 한 단계의 전환율을 몇 퍼센트포인트 올리는 일이, 곱해지는 구조 안에서는 전체에 큰 차이를 만든다. 가입 단계를 한 칸 줄이자는 제안이 왜 그렇게 힘이 센지가 여기서 나온다.

세그먼트를 합칠 때는 반대로 덧셈이지만, 겹침을 조심해야 한다. 이 캠페인의 도달 사용자는 앱 푸시를 받은 사람이거나 이메일을 받은 사람이라고 할 때, 두 채널을 다 받은 사람을 빼지 않고 더하면 도달 규모가 부풀려진다. 겹친 무더기를 두 번 센 것이라, 중복을 빼지 않은 합은 언제나 실제보다 크다.

정리하면 이렇다. ‘그리고’는 경우를 격자로 겹쳐 곱하고, ‘또는’은 안 겹치는 무더기를 모아 더한다. 곱에는 뒤 비율이 앞을 통과한 기준이라는 전제가, 합에는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는다. 곱하려는지 더하려는지 헷갈릴 때는 딱 하나만 물으면 된다. 나는 지금 격자를 만들고 있나, 무더기를 모으고 있나.

확률이라는 값 자체가 무엇을 뜻하는지, 왜 10%가 열 번에 한 번을 보장하지 않는지는 다른 글에서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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